휴직 168일째, 민성이 D+417
어제(14일)는 아내가 오후 반차를 내고 일찍 퇴근했다. 내가 오후 6시 어린이집 운영위원 회의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오후 2시 조금 넘어 집에 도착했다.
그녀는 민성이를 데리러 갈 생각에 매우 들떠있었다. 집에 돌아온 이후 계속 시계만 쳐다보더니, 2시 50분쯤 됐을까, 부리나케 집을 나섰다.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 아내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오빠, 어린이집 앞에 다른 엄마들이 한 명도 없는데? 지금 데리러 가도 되는 거야?" 내가 말했다. "부인처럼 하루 휴가 낸 워킹 맘이나 3시에 딱 맞춰 아이 데리러 가지, 오빠 같은 전업 맘들은 천~천히 걸어 가."
주방 일을 마치고 창 밖을 보니 아내 뒤로 민성이가 아장아장 걸어오고 있었다. 물론 엄마를 얌전히 따라올 리 없었다. 경로를 몇 번이나 이탈하다 결국 아이는 아내 품에 안겨 귀가했다.
밖에서 놀기엔 날씨가 꽤 쌀쌀해 오후엔 집 앞 키즈카페, 줄여서 '키카'에 가보기로 했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키카는 한산했다. 아이들 대여섯 명 정도가 놀고 있었고, 어른은 한 명도 없었다.
이곳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가보긴 처음이었다. 2시간에 만 오천 원, 어른 한 명은 무료로 동반 입장이 가능하고, 부모 둘 다 들어가려면 오천 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당연한 거겠지만, 키즈카페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 정말 많았다. 공 풀장에 트램펄린, 정글짐, 주방 놀이기구까지, 사실 만 1세 민성이가 놀기엔 과분한 놀이터였다.
민성이는 키카에 입성하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한껏 상기된 표정에 비해 행동은 얌전했다. 넓은 공 풀장 구석에서 공 한 두 개를 밖에 던진다던지 하는 식이었다. 14개월 아이가 행복해지는 데엔 그거면 충분했다.
민성이가 너무 어려 키카에 가서도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순 없었지만, 그가 노는 것만 봐도 즐거웠다. 본전은 뽑고도 남았다. 돌이 지나니 아이와 할 수 있는 게 많아졌다. 다음엔 아이와 또 뭘 함께 할까. 모험이 우리를 기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