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67일째, 민성이 D+416
어제(13일) 어린이집을 다녀온 민성이와 집에 있는데, 기괴한(?) 장면을 목격했다. 사건은 민성이가 그의 애착 인형인 토끼 인형을 가지고 놀 때 벌어졌다.
민성이는 울고 있었다. 왜 울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심각한 건 아니었다. 과자를 더 먹고 싶은데 내가 주지 않았다거나 기저귀를 갈았을 때 내는, 지극히 평범한 수준의 투정이었다.
마음이 울적해진 그는 자기 방 침대에 있는 토끼 인형을 꺼내왔다. 그리고는 토끼와 거실 매트 위에서 뒹굴며 까르르거렸다. 거기까진 귀여웠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아이는 돌연 열쇠 모양의 플라스틱 장난감을 손에 들더니 인형 눈을 쿡쿡 찌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웃었다. 눈을 찌르고, 웃고, 다시 찌르고, 웃고. 그러고 몇 분을 놀았다.
민성이는 내가 누워있을 때도 내 눈을 찌르는 걸 좋아했다. '이건 뭐지'하며 호기심에 눈을 만지는 수준이 아니라, 진짜 찌른다. 그러면 안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짜 아파서 못하게 한 적이 많다.
내 눈만 찌르는 게 아니다. 할아버지나 삼촌도 몇 번 타깃이 됐다. 그때는 그냥 지나쳤는데, 생각해보니 넉 달 전 친구 집에 가서도 그랬다(민성아, 그거 친구 눈이야).
왜 눈일까. 움푹 파인 게 신기한 거면 코도 있고, 입도 있는데 왜 꼭 눈을 찌르고 그리도 좋아하는 걸까. 눈을 찌르는 게 재밌는 걸까, 아파하는 내 반응이 재밌는 걸까. 이럴 때마다 아이 마음속에 들어가 보고 싶다.
호기심이 많을 나이이니, 그럴 수 있다. 지금 잠깐 그러고 말 수도 있다. 나한테는, 더 양보해서 할아버지나 삼촌한테는 그래도 괜찮다. 하지만 어린이집에 가서 친구들한테 그러는 건 곤란하다.
친구 눈을 찌르면 '아야'한다고 얘기해줬지만, 듣는 둥 마는 둥,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는 열심히 토끼 눈을 찌르며 즐거워했다. 토끼 인형 말고 나중에 진짜 친구들한테도 그러면 어쩌나, 걱정이다.
아빠와 인형 눈을 손가락으로 찌르고, 밖에선 낙엽을 주워 먹는다. 잘 놀다가도 갑자기 생떼를 쓰고, 입에 들어가야 할 밥알은 바닥에 패대기친다. 14개월 아이의 호기심은 어디까지 허용되는 걸까. 육아는 역시 쉽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