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82일째, 민성이 D+431
민성이가 15개월 차에 이를 때까지, 그의 관심사는 계속 변해왔다. 한 때는 책에 꽂혔고, 한 때는 미끄럼틀에 꽂혔다. 요즘 그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건 둘둘 말린 요가 매트 안에 양말을 집어넣는 놀이(?)다.
우리 집 옷방으로 쓰는 작은 방엔 민성이 양말을 정리해놓은 서랍장이 있고, 그 옆엔 내가 운동할 때 쓰는 요가 매트가 있다. 민성이는 언제부턴가 서랍장 위로 올라가 요가 매트 안에 양말을 넣기 시작했다.
서랍장 위에서 방바닥까지 비스듬히 걸친, 원통형으로 말린 요가 매트 안에 아이가 양말을 집어넣으면, 양말이 매트 안을 통과해 내 앞으로 미끄러진다. 그럼 나는 그 양말을 주워서 다시 아이 옆에 가져다 놓는다.
아이들의 놀이가 대개 그러하듯이 이것 역시 무한 반복이다. 민성이가 양말을 넣으면 나는 줍는다. 그와 나 사이엔 침묵만이 흐른다. 가끔 민성이는 침을 흘릴 정도로 양말을 집어넣는 데 집중한다.
민성이는 어린이집에서 돌아오자마자 현관 맞은편 작은 방으로 달려간다. 그는 점퍼도 벗지 않고 서랍장 위에 올라가 매트 안에 양말을 집어넣곤 한다. 아내와 나는 요즘 작은 방을 '양말 공장'이라고 부른다.
시간을 정확히 재보진 않았지만, 10분 이상은 꿈적 않고 그러고 논다. 나는 아이 앞에 가만히 앉아 그가 노는 걸 가만히 지켜본다. 가끔 보면 내가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뭐가 그리 재미있을까.
요즘 민성이는 대체로 집어넣는 데 꽂힌 듯하다. 그는 빈 종이상자에 플라스틱 공이나 단어 카드를 넣는 것도 좋아하는데, 가끔은 아내와 내 물건도 거기에 들어가 있다. 보이는 건 뭐든 집어넣는 모양이다.
어제(28일)는 그런 민성이를 위해 새 장난감을 샀다. 각종 도형과 숫자, 동물 모양 블록을 홈에 맞춰 상자 안에 집어넣는 장난감이다. 꽤 난이도가 있었지만 아이는 재미있게 가지고 놀았다.
요즘 민성이는 잘 찡얼 대지 않는다. 어린이집에 다녀와서도 혼자 잘 놀고, 때 되면 밥도 잘 먹고, 잘 때도 크게 애먹이지 않는다. 자신만의 놀이법이 늘어날 때마다 아이도 자란다. 계속 이렇게만 가자, 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