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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Oct 30. 2020

나 홀로 놀이터에

휴직 183일째, 민성이 D+432

'선생님, 저 어때요? 블록 쌓기 이 정도면 수준급 아닌가요?' / 2020.10.28. 어린이집


우리 아파트 바로 앞엔 내가 민성이와 즐겨 찾는 놀이터가 있다. 놀이터라기보다는 사실 공원에 가깝다. 널찍해서 민성이가 걸음마를 하기도 좋고, 놀이 기구도 깔끔하다.


그곳은 민성이가 처음으로 내 품에서 내려와 스스로 놀이 기구에 오른 장소이기도 하다(돌격 앞으로!).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 나는 매일 아이와 함께 이곳을 찾는다.


요즘은 날씨가 쌀쌀해서인지, 그 시간에 놀이터가 텅 비어있을 때가 많다. 민성이가 제대로 걷지 못할 땐 사람들이 없는 게 좋았다. 다른 아이들과 부딪힐 염려 없이 아이가 놀이터를 독차지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요샌 아이와 텅 빈 놀이터를 찾으면 쓸쓸하다. 다른 아이와 엄마가 놀이터에 있어도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건 아니다. 거기는 거기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놀 뿐이지만 그래도 그들이 있으면 쓸쓸한 게 덜하다.


놀이터에서 혼자 노는 - 물론 내가 옆에 있지만 - 아이를 보며 나는 외로움이나 적막감을 느끼지만, 정작 아이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민성이는 놀이터에 사람들이 있건 없건 잘 논다. 


그래도 넓은 놀이터에 조그만 민성이 혼자 돌아다니고 있으면 괜스레 그가 안쓰럽다. 물론, 다시 말하지만 아이는 아무렇지 않은데 내가 그냥 그렇게 느끼는 것뿐이다. 


민성이가 더 크면, 그도 혼자 노는 게 재미없어질지 모른다. 외로워질지 모른다. 내가 빈 놀이터에 서 있는 아이를 보며 느끼는 적적함을, 아이 스스로는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아이의 동생은 우리에게 해답이 아니다. 우리는 둘째 계획이 없다. 몇 번 아내와 얘기도 나눠봤지만 아내는 단호했고, 나는 그녀의 뜻을 존중한다. 그러니 친구들을 많이 만들어주는 게 어떨까, 아내와 나는 생각하고 있다. 


고민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고민이 생긴다. 아이가 커가면서 제 몸을 가누고 좀 여유가 생긴다 싶으니 새로운 고민이 든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크고 복잡한 고민이 꼬리를 물겠지. 부모의 신념과 철학이 필요한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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