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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Nov 01. 2020

고스락 민성이

휴직 185일째, 민성이 D+434

어떻게 저렇게 예쁘게 웃을 수 있을까. 나로서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눈웃음이다. / 2020.10.31. 익산 고스락


브런치에 매일 한 편씩 글을 쓰는 일도 쉽지 않지만, 매일 한 장씩 민성이 사진을 올리는 것도 만만치 않다. 육아휴직 초반과 달리, 나중엔 자연스레 아이 사진을 잘 안 찍어 사진이 금방 동나기 때문이다.


주말에야 부모님과 외식도 하고, 근교로 외출도 하니 새로운 사진을 몇 장 건져오지만, 그제와 어제, 오늘이 비슷한 평일엔 의식하지 않는 한 카메라를 잘 들지 않게 된다.


그래서 어제(31일) 놀러 갈 땐 민성이 사진을 많이 건져오리라 작정했다. 행선지는 군산 바로 옆, 익산 고스락이었다. 일요일은 비가 온다기에 토요일인 어제 외출을 감행했다.


고스락은 장독 정원이다. 넓은 평지에 장독대 수천 개가 줄지어 늘어져있는데, 꽤 장관을 이룬다. 국어사전에 나오진 않지만, 고스락은 우리말로 '으뜸', '최고'를 뜻한다고 한다. 아내의 직장 동료가 추천해준 곳이다.


고스락은 군산 집에서 차로 3, 40분 거리에 있었다. 15개월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기엔 그 정도 거리가 마지노선인 것 같다. 거기서 더 길어지면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고, 당연히 어른도 힘들어진다. 


아이가 짜증을 낼까 말까 할 때 다행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풀과 나무, 옹기가 어우러진 그곳에서 민성이는 예상대로 신나게 뛰어놀았다. 그런 손자를 지켜보는 부모님도 즐거워했다.


오후 3시 넘어 출발해 도착하면 너무 늦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딱 좋았다. 그리 춥지 않았고,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햇살은 운치를 더했다. 목표한 대로 민성이 예쁜 사진도 잔뜩 건져왔다.


돌멩이를 만지작대는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저물어가는 노란 햇살이 그 위에 드리운다. 잊기 힘든 순간이다. 민성이랑 더 많은 곳으로, 더 부지런하게 놀러 다녀야겠다. 아이가 훌쩍 커버리기 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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