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86일째, 민성이 D+435
민성이도 돌이 지나니 머리카락이 제법 길었다. 특히 옆머리가 많이 자라 귀를 덮을 정도가 됐는데, 그게 간지러운지 아이가 귀를 긁어댈 때가 있다. 머리를 잘라줄 때가 된 것이다.
전에는 아내가 손가락 끝으로 아이의 머리칼을 움켜잡고 유아용 가위로 조금씩 머리카락을 잘랐는데, 이제는 그렇게 잘라서는 티도 잘 안 난다. 아내는 결국 인터넷에서 이발기, 이른바 바리캉을 주문했다.
지난주 금요일, 아내는 전날 도착한 바리캉을 꺼내 들었다. 그녀가 전에도 바리캉을 써 본 적이 있느냐면, 당연히 없다. 머리칼을 깎는 사람도, 깎이는 사람도 모두 처음이었으니, 결과는 예견된 것이었다.
우리는 민성이를 거울 앞에 앉히고 나서 초록색 이발포를 그의 목에 둘렀다. 아이는 아내가 바리캉 전원을 켤 때까지도 마냥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느낌이었다.
웅 하는 소리와 함께 아내의 손에 들린 바리캉이 민성이의 머리칼에 닿았다. 그는 흠칫 놀랐지만 의외로 저항이 덜했다. 저항도 그게 뭔지를 알아야 할 텐데, 아이는 지금 눈 앞에 펼쳐진 광경 자체에 압도된 듯했다.
결국 민성이 머리카락엔 지각변동이 일어나, 그의 옆머리엔 자그마한 단층이 생겼다. 바리캉은 아무나 다룰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민성이의 옆머리를 보며, 헤어 디자이너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어제(1일) 집 앞 쇼핑몰에 내 머리를 자르러 간 김에 민성이 머리도 조금 다듬기로 했다. 다행히 내가 다니던 미용실에서 아이 머리카락도 잘라줄 수 있다고 했다.
집에서와는 달리 미용실에서 민성이는 저항이 심했다. 나중엔 어찌나 떼를 쓰는지 아내와 나, 디자이너 선생님까지 셋이 달라붙어 겨우 아이 머리카락을 잘랐다. 선생님은 아이가 당분간 미용실을 싫어할 거라고 했다.
이발을 하니 훨씬 인물이 살았다. 머리칼을 쓸어도 손가락 사이로 머리칼이 다 빠져나가던 녀석이 벌써 이발이라니. 말해 뭐하나 싶지만, 시간 참 빠르다. 다음에 이발을 할 때 아이는 얼마나 자라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