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87일째, 민성이 D+436
어제(2일) 아내는 출근하지 않았다. 어제오늘 이틀간 회사 연수를 받아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재택 연수를 한다고 했다. 그녀가 출근하지 않는다는 게 쉰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주의 출발이 가벼웠다.
아내의 사이버 연수가 9시 넘어 시작한다기에 모처럼 부부 동반으로 민성이를 등원시켰다. 아내는 어린이집에 가는 내내 민성이 볼에서 입술을 떼지 않았다. 나는 매일 지켜보는 아이 등원길이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는 식탁 위에 노트북을 펼쳐놓고 연수를 듣기 시작했다. 인터넷 연수지만, 컴퓨터 카메라에 계속 얼굴을 비춰야 해 자리를 뜰 수 없다고 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언택트 시대인가 싶었다.
아내가 연수를 들을 때, 나는 평소처럼 집안일을 했다. 세탁기에 빨래를 넣어놓고 민성이 장난감을 정리한다.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쓰레기를 내다 버린다. 여기까지만 해도 금방 점심시간이다.
아내가 회사를 가지 않았으니, 나도 혼밥을 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지하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몰고 아내가 봐 둔 돈가스집에 갔다. 마지막으로 아내랑 둘이 밖에서 밥을 먹은 게 언제였던가. 감개무량이다.
민성이는 어린이집에서 자고 있을 시간, 오랜만에 아내와 편히 점심을 먹고, 오는 길엔 카페에 들러 커피를 사들고 돌아왔다. 아내는 다시 연수를, 나는 민성이 반찬을 만들었다.
휴직하기 전, 지금보다 더 코로나가 극성일 때, 직장 동료들은 애 키우는 집에선 재택근무는 불가능하다고 얘기하곤 했다. 어제 민성이를 보는데 그 말이 떠올랐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민성이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아내를 가만두질 않았다. 아이는 엄마 다리에 매달려 본인도 컴퓨터를 만지겠다고 보채고 또 보챘다. 내가 떼어놔도 다시 부리나케 엄마에게 달려갔다.
오후 6시, 아내의 연수가 끝이 났고 그녀는 민성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 오늘도 아내는 집에서 연수를 듣는다. 민성이에게도, 민성이 아빠에게도, 엄마와 함께 하는 운수 좋은 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