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88일째, 민성이 D+437
민성이가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손인사야 더 어릴 때부터 했었고, 이제는 고개 숙여 인사하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 시작은 어린이집에서다.
보름 정도 됐나, 아이가 등하원 할 때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현관에서 "민성이 선생님한테 인사해야지"라며 먼저 배꼽 인사를 했다. 하지만 민성이는 그럴 때마다 동그란 눈을 끔뻑거리며 선생님을 쳐다볼 뿐이었다.
그러기를 며칠, 아이가 그 말에 조금씩 반응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쭈뼛거리면서 엉덩이만 살짝 뒤로 빼 허리를 굽히더니(그게 또 엄청 귀엽다), 점점 선생님에게 인사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이제 민성이는 어린이집 현관을 드나들 때마다 제법 선생님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항상 그러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선생님한테 인사해야지'라는 말에 반응하는 정도는 됐다.
통역컨대, '안녕하세요'와 '안녕히 계세요'에 이어 어제(3일) 그는 '감사합니다'를 우리에게 선보였다. 민성이는 목욕을 마친 뒤 아내와 거실에, 나는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민성이는 여느 때처럼 조그만 통에 그의 손가락 길이만 한 유산균 포를 넣고 빼며 놀고 있었다. 민성이는 기분이 내키면 가끔 유산균 한 포를 임금님 하사품처럼 우리에게 건네곤 한다.
어제도 민성이는 마주 앉은 아내에게 고생했다며 유산균 몇 포를 건넸고, 그의 제1 신하인 아내는 '감사합니다'하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민성이가 똑같이 아내에게 고개를 숙였다.
민성이는 그러고도 몇 번을 똑같이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조그만 손도 배꼽에 올리고 있어 영락없는 배꼽 인사였다. 아내와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몇 번을 감복했다.
민성이가 할 줄 아는 게 늘어난다. 전에는 하지 못했던, 처음 해보는 일들이 늘어난다. 아이 인사하는 게 뭐 대수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내겐 매우 대수롭다. 이 대수로운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