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89일째, 민성이 D+438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 가을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공기가 차다. 나는 매일 오후 3시, 민성이를 데리러 가는 길에 아이와 오후 외출이 가능할지 가늠해본다.
어제(4일)는 기온이 5도 밑으로 떨어진다기에 잔뜩 겁을 먹었다. 오후 내 집에만 있는 건 무리고, 또 키즈카페에 가야 하나 고민하며 집을 나섰다.
하지만 생각보다 날씨가 괜찮았다. 공기는 서늘했지만, 바람은 많이 불지 않았다. 햇볕도 꽤 따사롭게 내리쬐고 있었다. 이 정도면 나갈만했다. 오늘 하루도 무난히 넘기겠구나 싶었다.
민성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와 간식을 먹이고, 다시 외출 준비를 했다. 목에는 손수건을 두르고 머리엔 털모자를, 얼굴엔 마스크를 씌웠다. 다행히 얼마 전부터 아이는 비교적 순순히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눈만 빼꼼히 드러낸 민성이를 푸시카에 앉힌 뒤 그의 단골 놀이터로 향했다(나 홀로 놀이터에). 놀이터엔 민성이처럼 중무장한 남자아이 두 명이 먼저 와 있었다. 둘 다 민성이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다.
민성이가 이젠 밖에서도 잘 걷는다지만, 그래도 종종 넘어지기 때문에 나는 아이 옆에 바짝 붙어있어야 한다. 아이가 왼쪽으로 가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그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녀야 한다.
놀이터에 아이와 먼저 와있던 엄마 둘은 나와는 조금 달랐다. 엄마 한 명은 아이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꽤 멀찍이 떨어져 있었고, 다른 엄마는 멀찍이 떨어진 데다가 휴대전화까지 보고 있었다.
그 풍경은 내겐 흡사 군대의 계급과도 같았다. 엄마 둘에 아빠 하나, 그 셋 중에 누가 병장이었고 누가 이등병이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민성이가 넘어질까 노심초사하며 뒤를 쫓는데,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전엔 이제 막 아이가 70일이 넘은, 대학 여동기 한 명과 메신저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 놀이터에선 내가 이등병이었다면, 내 동기는 훈련병인 셈이다.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나도 많이 왔다. 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