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91일째, 민성이 D+440
민성이를 등원시키고 집에 돌아오면 제일 먼저 날씨를 검색한다. 그가 어린이집에 다녀온 뒤 하루를 무사히 마치려면 오후 산책이 중요한데, 산책에 나설 수 있는지는 날씨가 정하기 때문이다.
어제(6일)는 오후에 비 소식이 있었다. 몇 번 시도해봤지만, 민성이와 오후 내내 집에 있는 건 불가능하단 결론을 내렸다. 결국 나가긴 나가되 실내여야 한단 얘긴데, 우리 부자에겐 선택지가 많지 않다.
키즈카페는 무난하지만, 지속 가능한 선택지는 아니다. 아이도 아직 너무 어려서 그런지, 키카를 좋아하긴 하지만 눈이 뒤집어질 정도는 아닌 듯했다. 그래서 우리는 민성이 할머니 집에 가기로 했다.
우리가 아내의 지역 근무지로 군산을 지원한 가장 큰 이유는 내 부모님, 그러니까 민성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이 곳에 계시기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이곳에 계시지 않았더라면, 당연히 우리는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미리 짐을 챙겨놓고, 민성이 어린이집이 끝나자마자 택시를 탔다. 금요일엔 어린이집에서 아이 낮잠 이불도 챙겨가야 한다. 나는 가방 세 개와 민성이를 동시에 안고 택시에 몸을 구겨 넣었다.
문을 열자 할머니가 버선발로 민성이를 반겼다. 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평일에 아이를 데리고 부모님 집에 온다. 너무 자주라면 엄마도 힘들겠지만, 가끔 놀러 오는 건 모두에게 기분 전환이 된다.
민성이는 매일 집에서 아빠와만 있다가 새 집에서 할머니와 노니 재밌다. 할머니는 손자 재롱을 볼 수 있어 즐겁다. 나는 엄마랑 아이를 나눠보면서 TV를 볼 수 있으니 좋다. 우리 집엔 TV가 없다.
엄마는 민성이의 새로 자른 머리칼을 보더니, 아이가 더 영글어졌다며 귀여워했다. 이렇게 한 주가 저물어가고 아이는 점점 영근다. 이번 주말엔 민성이와 또 어떤 추억을 쌓아볼까. 행복한 고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