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92일째, 민성이 D+441
주말엔 서울에 사는 내 동생, 민성이 삼촌이 군산에 내려왔다. 진작에 사뒀던 돌 선물을 주러 왔다나. 동생은 민성이 추리닝과 운동화를 사 왔다. 그걸 입으니 민성이는 제법 '노는 아이'가 되었다.
민성이 할아버지와 할머니, 삼촌에 우리 세 가족까지, 여섯 명 대가족이 어디로 놀러 갈까 고민하다가 이번엔 군산 인근에 있는 정읍에 가기로 했다. 그곳은 부모님과 우리 형제의 고향이기도 하다.
다음 주가 외할머니의 기일이라고 해서 정읍에 있는 산소에 들렀다가 단체로 쌍화탕을 마시러 가기로 했다. 몰랐는데, 정읍이 쌍화탕이 유명하단다.
우리 가족과 동생은 우리 차에, 부모님은 부모님 차에 나눠 타고 정읍으로 출발했다. 외할머니 산소까지는 차로 1시간 거리라고 했다. 민성이가 힘들 것 같긴 했는데, 돌아가며 달래주면 괜찮겠지 하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
외할머니 산소까지는 어찌어찌 잘 도착했다. 민성이가 보채긴 보챘는데 감당 가능한 수준이었다. 뒷좌석 아이 옆에 앉은 아내가 그를 안아도 주고, 과자도 주고, 노래도 불러주며 1시간을 버텨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산소에 들렀다 쌍화탕 집에 가려고 다시 차에 올랐는데, 그때부터 민성이가 심하게 보채기 시작했다. 뭘 해도 달래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1시간 내내 아이에게 시달렸던(?) 아내도 멀미가 났다.
아이도 답답했을 것이다. 좁은 차 안에서 아이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책이나 영화를 집중해서 볼 수 있는 나이도 아니다. 1시간 만에 산소에 도착해 좀 돌아다니다 싶었는데, 다시 차를 태우니 더 짜증이 났을 테다.
민성이 걱정에 쌍화탕을 코로 마시고, 다시 군산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엔 멀미에 걸린 아내 대신 엄마가 민성이를 보좌했다. 아이는 울다 지쳐 결국 할머니 품 안에서 잠들었다. 또 하나 배웠다. 역시 아이와 차 타고 1시간은 무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