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95일째, 민성이 D+444
오전 9시, 민성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오면 구석구석 아이의 흔적이 널려있다. 민성이 몸은 어린이집에 가 있지만, 그의 허물은 여전히 나를 에워싸고 있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도장깨기를 하듯 하나하나 정리해나간다. 먼저 여기저기 흩어진 민성이와 아내 옷을 주워 세탁기에 넣는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거실과 주방, 작은 방 큰 방에 널브러진 물건들을 주워 담는다.
당장 거실 매트 위만 해도 아침에 민성이가 먹다 흘린 뻥튀기 가루와 토끼 인형, 그림책, 장난감, 기저귀, 우유가 반쯤 담긴 물병, 물티슈가 널려있다. 매트 위만 그런 게 아니다. 그곳은 아이 키우는 집의 축소판에 불과하다.
아이가 일어나서 어린이집에 갈 때까진 대략 두 시간, 그 길지 않은 시간에 어떻게 매일 이렇게 되는 걸까. 민성이의 흔적을 지우면서 가끔 그런 생각도 한다. 어차피 다시 지저분해질 텐데 정리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어려운 문제다. 그럼 민성이가 자고 정리를 해야 할까? 하지만 그것 역시 마찬가지다. 다음날 아침이면 또 아이가 일어나 집안 만물을 혼돈의 상태로 만들어놓을 테니 그렇게 따지면 자기 전에 정리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매일 거실 매트 위를 지나며 아이의 그림책을, 뻥튀기 가루를 밟고 살 순 없다. 아이 키우는 집에서 정리를 안 하려 치면 끝이 없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좀 나아지려나. 그렇진 않을 것 같다.
결국 또 어지럽혀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치우는 건데, 그래서 집안일에 투입하는 내 노동이 의미가 있나 싶을 때도 있다. 뭐랄까, 공기를 잡아채 주머니에 넣는 일 같달까. 해도 해도 일은 줄지 않고,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요즘은 민성이가 어린이집에 가고 나서 집 정리를 하다 보면 못해도 두 시간은 훌쩍이다. 잠깐 쉬다 점심을 먹고 민성이 국이나 반찬, 간식거리를 만들면 어느덧 그가 돌아올 시간이다. 내가 손이 느린 탓일까.
아내는 대충 정리하고 민성이 어린이집 갔을 때 좀 쉬라고 한다. 내가 너무 피곤하게 사는 걸까? 어차피 민성이는 또 책을 끄집어낼 텐데, 굳이 책을 다시 책장에 넣어야 할까? 오늘도 그림책을 정리하며, 똑같은 생각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