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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Nov 12. 2020

아빠 자격시험

휴직 196일째, 민성이 D+445

'대감, 저녁 식사가 다 준비되었습니다. 이제 그만 테이블 밑으로 내려오시지요.' / 2020.11.11. 부모님 집


민성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와 저녁에 잠들 때까지, 내가 그의 수발을 드는 건 크게 네 가지 정도다. 놀아주기와 먹이기, 씻기기, 재우기, 대충 이 네 범주 안에 모든 활동이 들어온다.


아이가 자라면서 각 단계마다 어려운 일이 달랐다. 한 때는 재우는 게 힘들었다. '원더 윅스'라고 불리는, 아이의 급 성장기에는 민성이가 아내와 내 품 안에서 1시간 넘게 울며 잠을 못 이루기도 했다.


아이가 머리감기를 몸서리치게 싫어할 때도 있었다. 지금도 썩 좋아하진 않지만, 예전보단 확실히 덜하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아내와 나의 머리 감기기 스킬이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은 아이를 재우는 것과 씻기는 건 별로 부담스럽지 않다. 생후 15개월 차, 주양육자로서 지금 가장 '빡센' 육아 업무는 밥 먹이기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나 모두 가장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이때의 아이가 얼마나 밥을 얌전히 먹겠느냐만은, 또 민성이보다 더 심한 아이도 있을 테지만, 근래 들어선 아이가 예쁘게 밥을 먹은 적이 없다. 정말 매끼 그렇다. 


대표적인 게 국에 손을 넣어 휘젓거나 음식을 바닥에 떨어트리는 거다. 민성이는 실리콘 식판에 밥을 먹는데, 요즘 숟가락이나 포크는 본체만 체 하고 거의 손가락으로 밥을 집어 먹는다. 


처음 식판 앞에 앉으면 배가 고파선지 얌전히 밥을 잘 집어 먹는다. 내가 입에 넣어주는 밥도 잘 받아먹는다. 하지만 반 정도 먹었다 싶으면 그때부터 태도가 매우 불량해진다.


아이가 음식을 바닥에 떨어트릴 수도 있다. 나중에 치우면 된다. 아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치우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욱할 때가 있다. 물론 최대한 티는 안 내려고 노력하지만.


아빠의 부족한 참을성과 이해심을 테스트하는 것 같기도 하다. 과연 나의 아빠가 될 자격이 있나 없나. 휴직 200일, 쉬운 시험도, 어려운 시험도 있었지만 난 잘 치러왔다. 지금의 이 자격시험도, 결국 난 통과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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