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97일째, 민성이 D+446
이번 주엔 민성이의 산책 욕구 - 물론 나의 욕구이기도 한 - 를 집 앞 키즈 카페에서 해결하고 있다. 근래 아이 기침이 심해져 찬 바람 쐬는 걸 최대한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싫다, 찬 바람).
지금까지 난 민성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온 뒤 집에서 간식을 먹이고, 1시간 후에 다시 외출을 했다. 예전엔 그게 별로 어렵지 않았는데, 날이 추워지니 외출 준비 한 번 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일단 민성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신발과 양말, 마스크, 두터운 잠바를 차례로 벗긴다. 그리고 손을 씻기고 기저귀를 갈아준다. 이 일련의 과정을 수행하는 동안 아이가 가만히 있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밖에 나갈 땐 이 과정을 역으로 반복한다. 기저귀를 확인한 뒤, 신발과 양말, 마스크, 두터운 잠바를 입힌다. 물론 그전에 아이가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보채는 걸 물리치고(?) 외출 준비물을 다 챙겨놔야 한다.
비효율적이었다. 항상 키즈 카페든, 놀이터든 난 그곳에 도착하는 순간 녹초가 돼있었다. 그래서 어제(12일)는 꾀를 냈다. 민성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오는 길로 키즈 카페에 직행했다.
간식을 비롯해 필요한 준비물은 미리 챙겨 나왔다. 아이 옷을 벗겼다 다시 입힐 필요가 없으니 훨씬 수월했다. 왜 진작에 이 생각을 못했을까, 하는 순간 키즈 카페 문 앞이었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평일 '키카'엔 사람이 없었다. 그곳엔 사장님과 민성이, 그리고 나뿐이었다. 장난감은 반듯하게 정리돼있었다. 아이는 손을 파닥거리며 이곳저곳을 누비기 시작했다.
30분쯤 놀고 나서 집에서 싸온 간식을 주섬주섬 가방에서 꺼냈다. 아이를 옆에 앉혀놓고 귤과 치즈를 조금씩 떼어 먹였다. 평일 오후, 키카에서 15개월짜리 아들에게 간식을 먹이고 있다니. 장하다, 민성이 아빠.
1시간을 꽉 채워 놀고, 다시 유모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책을 열 권 정도 읽어준 다음 저녁을 먹고, 옷을 갈아입히고 나니 아내가 퇴근했다. 어제도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늘 그렇듯, 고단하지만 보람찬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