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성이 아빠 Nov 18. 2020

아래턱을 내미는 아이

휴직 202일째, 민성이 D+451

'선생님, 친구 머리가 허전해 보이는데, 몇 올이라도 제가 그려줘야겠어요.' / 2020.11.17. 어린이집


난 윗니와 아랫니가 맞물린다. 이것도 나아진 거다. 어렸을 땐 아랫니가 윗니를 덮었다. 그래도 부모님이 일찍이 어린 나를 치과에 데려갔기에 이 정도까지는 된 것이다.


정확히 얼마나 치아교정기를 달고 지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 나는 딱딱하거나 끈적끈적한 건 먹을 수 없었다. 치과에 다녀오는 날은 교정기를 조여 항상 이가 아팠다. 입술 안쪽이 자주 헐었다.


몇 년을 고생했지만 윗니가 아랫니를 완전히 덮진 못했다. 지금이라면 가능했겠지만, 그때는 교정 기술이 그리 발달하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이다. 그마저도 아니었으면 내 얼굴은 기능적으로나, 미적으로나 더더욱 별로였을 테니.


어제(17일) 민성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나오는데, 아이가 갑자기 아래턱을 쓱 내밀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갑자기 왜? 혹시 날 닮아 그런 건가?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키즈카페에 가는 길에, 그리고 도착해서도 인터넷을 뒤졌다. '맘카페' 몇 군데에서 민성이 또래 다른 아이들이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는 글을 봤다. 마음이 조금 놓였다.


사실 민성이 턱이 구조적으로 나왔다기보다는 아이가 일부러 턱을 내미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아이가 턱을 내밀 때마다 ‘하지 마세요’하며 손으로 밀었더니, 턱을 다시 집어넣고는 씩 웃는다.


자신이 할 줄 아는 게 늘었다고, 장난을 치는 것 같기도 하다. 인터넷에서 찾은 어느 엄마의 글에선 15개월 전후 아이는 아직 어금니가 덜 자라서 그런다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도 한다.


민성이가 턱을 내밀었을 때, 내가 다른 때보다 특히 더 가슴이 내려앉았던 건 내 안 좋은 점을 아이가 물려받았나 하는 조바심, 그리고 미안함 때문이었다. 닮을 게 별로 없긴 하지만, 이런 건 특히 안 닮았으면 했는데.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아이 행동이 좀처럼 고쳐지지 않으면 치과에 가봐야겠다. 민성아, 너는 예쁘게 커야지, 아빠처럼 크면 안 된다. 원죄(?)가 있으니, 내 아들 외모는 내가 지킨다. ###

매거진의 이전글 사자탈을 쓴 당나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