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03일째, 민성이 D+452
사흘 연속 키즈 카페는 확실히 질린다. 하지만 마땅히 방법이 없다. 집에만 있으면 아이가 답답해 하지만, 감기를 확실히 잡으려면 찬 바람은 피해야 한다(싫다, 찬 바람). 다행히 민성이는 많이 좋아졌다.
어제(18일)는 비가 와서 민성이를 차에 태우고 키즈 카페에 다녀왔다. 질리긴 해도, 이제 키즈 카페는 집 거실만큼이나 익숙하다. 아이를 내려놓고 신발을 벗긴 뒤, 1시간 이용권을 끊는다. 모든 행동은 신속히 이루어진다.
하지만 민성이는 예전만큼은 재미있어하지 않는다. 널리고 널린 장난감엔 별 관심이 없고 카페 한편에 놓인 대걸레를 앞뒤로 흔들거나, 정수기 옆 종이컵 수거통을 쓰러트리거나 하는 식이다.
키즈 카페에서도 아이가 말썽을 못 부리게 해야 하는, 참으로 슬픈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한 무리의 엄마들과 그녀의 아이들이 우르르 카페를 찾았다. 이상하게 모두 남자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민성이보단 확실히 나이가 많았고, 얼핏 네다섯 살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모두 비슷한 또래로 보였다. 엄마들도 그랬다. 아이들은 놀이터로 달려갔고, 엄마들은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사실 아이를 낳기 전, 키즈 카페의 이미지는 내게 저런 풍경이었다.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놀고, 부모들은 부모들끼리 마음 편히 시간을 갖는. 그녀들은 아주 정확히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군산에 내려오면 외로울 거라는 건 예상했던 일이었다. 한 줌도 안 되는 나의 친구들은 - 더욱이 나와 같은 아이 부모면서, 그 아이가 민성이 또래인 - 모두 서울에 있다.
이 곳에 와서 사람을 사귀는 방법도 있긴 하다. 어제 키즈 카페에서도 나와 비슷한 또래의 아빠가 있었다. 그의 딸은 민성이 나이 때로 보였다. 딱 좋았다. 잠깐 말을 걸어볼까 고민했지만 결국 관뒀다.
외롭지만 동시에 나이 서른여섯에 사람을 새로 사귀는 일은 피곤하다. 그래도 엄마들 옆에 멀찍이 떨어져 앉아 홀로 아이 간식을 먹이는 내가, 혼자 트램펄린 위에서 손을 흔드는 민성이가, 우리 부자가 처량하긴 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