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05일째, 민성이 D+454
민성이가 날로 귀여워진다. 하루하루 귀여운 행동이 는다. 아이를 볼 때마다 코피 쏟는 아내는 말할 것도 없고(아내의 손익분기점), 비교적 무덤덤한 내가 보기에도 귀여울 때가 많다.
그중 하나가 '때찌'다. 걸어가다 넘어지거나 가구에 머리를 부딪히면 바닥을, 물건을 손바닥으로 팡팡 때린다. 매우 정색하며 그들을 혼내듯 때찌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아이 앞에서 때찌를 처음 한 건, 민성이 할머니였다. 아이가 집에서 넘어지거나 부딪혀 울면 할머니는 민성이를 달래면서 바닥을 때찌해주곤 했다. 그러면 아이 마음이 좀 풀리는 듯했다.
민성이의 '때찌질'은 어린이집에서도 계속됐다. 이번 주 한 번은 민성이를 데리러 갔더니 선생님이 아이가 점점 말귀를 알아듣는다면서, 넘어지면 그렇게 바닥을 때찌한다고 말해주었다.
난 민성이가 넘어질 때마다 안아서 달래주긴 했지만, 바닥을 때찌하진 않았다. 지금도 그렇게 한다. 자기가 넘어진 거지, 방바닥이 잘못한 건 아니지 않은가. 물론, 그 모습이 귀엽긴 하지만.
아직은 그러지 않지만, 집에서는 나를, 어린이집에서는 친구를 때찌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민성이의 손바닥 스윙이 결코 가벼워 보이지도 않던데.
제 뜻대로 안 될 때마다 때찌를 하면, 물건이건 사람이건 민성이는 매일 때찌를 해야 한다. 다 우리 아들 뜻대로 되면 좋겠지만, 슬프게도 사는 건 그렇지 않다.
나도 살면서 남 탓을 했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잘 안될 때가 많았다. 민성이의 때찌는 잠시 지나가는 거였으면 좋겠다. 아이가 남 탓을 하지 않는, 착한 아이로 자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