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12일째, 민성이 D+461
결국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다. 코로나 확산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더니, 결국 이렇게 됐다. 이 지역 다른 어린이집에서 확진자가 나온 게 컸던 것 같다.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래도 내 생일 다음 날 최종 결정이 내려져서 다행이다(아내가 준 생일 선물). 생일날 이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면 더 우울했을 테니.
다음 주 월요일부턴 어린이집 도움 없이 온전히 나 혼자 아이를 봐야 한다. 민성이가 8월 중순에 첫 등원을 했으니, 집에 우리 부자만 남겨지기는 석 달만이다.
사실 휴직을 시작하고 나서는 계속 혼자 애를 봤었다. 그러다 어린이집을 보내서 잠시 몸과 마음이 편해졌던 것뿐이다, 라고 생각을 해보지만 여전히 울적하다. 아, 막막하다, 정말.
그때, 내가 휴직을 한 직후와 지금은 같지 않다. 그때 민성이는 기어 다녔고 지금은 뛰어다닌다. 그때는 지금처럼 집안 이곳저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내게 뭘 지시하지도 않았다. 낮잠도 지금보다 더 많이 잤다.
그래서 그때는 민성이를 혼자 보면서도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꽤 잘 보냈다. 그 두꺼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완독한 것도 그때였다. 지금은 민성이 책 읽어주기 바쁘다.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으면 지금처럼 집에서 운동을 한다거나 하는, 소소한 내 시간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집은 제대로 치울 시간이 없어서 엉망일 테고, 그걸 보면서 난 계속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안 그래도 애 보느라 힘든 내 삶에 이런 소소한 행복도 누릴 수 없나, 란 생각에 미치자 어린이집에 코로나를 퍼트린 확진자가 야속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어쩌겠나. 모두가 힘든 시기인 걸.
아내도 조금씩 휴가를 쓰기로 했고, 부모님도 퇴근 후엔 민성이 봐주는 걸 도와주신다. 언제 휴원이 해제될 진 모르지만, 또 막상 닥치면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민성이가 잡아먹는 것도 아닌데, 너무 걱정하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