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11일째, 민성이 D+460
생일이 좋긴 좋다. 아니, 카카오톡이 좋다고 해야 하나. 생일 알람 덕에, 오랜만에 지인들로부터 축하 메시지를 받고,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내년 생일까지, 앞으로 1년 간 받을 메시지는 다 받은 것 같다.
어제(26일)는 내 생일이었다. 생일날 아침도 별 다를 건 없었다. 귀신같이 또 6시에 눈을 뜬 아들과 놀아주다 밥을 먹이고 옷을 입혀 어린이집에 보내는, 그런 아침이었다.
매년 찾아오는 생일, 항상 특별할 필요는 없지만 뭔가 씁쓸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내는 아침으로 사과를 베어 물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내 핸드폰이 울렸다. '옜다 용돈. 봉투가 도착했어요.'
아내는 내 생일 선물로 현금을 준비했다. 집과 회사만 정신없이 오가는 워킹맘은 돈 말고 다른 선물은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내는 내게 30만 원을 보냈다. 30만 원, 그녀의 한 달 용돈이다.
아내와 달리 시간이 많은 나는, 지난달 그녀의 생일 선물로 쇼핑몰에 가서 모자의 커플 옷을 사고, 축하 편지를 쓴 뒤, 민성이와 찍은 사진을 인화해 함께 넣었다(민성이 엄마의 생일 선물). 돌아오는 길엔 케이크를 샀다.
하지만 거기에 쓴 돈은 어제 아내가 내게 준 돈보다 적다. 품은 내가 더 팔았을지 모르지만, 나에겐 한 달 용돈을 한 번에 배우자에게 생일 선물로 건넬 패기가 없다. B형 여자의 패기인가. 아내는 가끔 정말 멋지다.
그녀는 지난달에 용돈을 거의 쓰지 못했다. 한 달 동안 2,500원짜리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산 게 전부라고 했으니, 사실상 하나도 쓰지 못한 셈이다. 돈을 쓸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민성이도 생일 축하를 잊지 않았다. 우리 집엔 사놓고 쓰지 않고 있던 '생일 축하해' 그림책이 있는데, 아내가 그걸 뜯어서 아이에게 줬더니, 민성이는 쉴 새 없이 생일 축하 노래 버튼을 눌러줬다.
아내에겐 한 달 용돈을 선물로 받고, 민성이는 (직접 불러준 건 아니지만) 온종일 생일 축하 노래를 들려주었다. 어제도 또 한 번 느꼈다. 난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