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25일째, 민성이 D+474
민성이가 어린이집을 가지 않으니, 확실히 집안일에 과부하가 걸린다. 내가 치우는 속도보다 아이가 어지럽히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나는 그를 이길 수 없다.
민성이와 함께 있어도 집안일을 할 수는 있다. 다만 효율이 떨어질 뿐이다. 가장 무난한 건 청소다. 가끔 자기가 청소기를 밀겠다며 밀대 부분을 뺏으려 들긴 하지만 대체로 잘 따라다닌다.
빨래도 할 만하다. 요즘은 자기도 세탁기에 빨래를 집어넣겠다며 옆에서 제법 날 거든다. 물론 열에 아홉은 내가 옷가지를 다시 주워 넣어야 하지만, 귀엽게 봐줄 만하다.
가장 어려운 건 설거지다. 청소와 빨래는 도중에 민성이가 떼를 써도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아이를 돌볼 수 있다. 또, (당연히 도움은 안 되지만)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설거지는 그렇지 않다. 그릇을 닦다 민성이가 보채면 세제 범벅인 손을 씻고, 수건으로 닦고 나서야 그를 안아줄 수 있다. 아이와 함께 할 수도 없고,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아이는 알 도리가 없다. 그에게 보이는 건 내 등뿐이다.
그래서 휴직 초기, 민성이가 더 어려 어린이집에도 가지 않았을 때, 나는 아이 옆에서 다른 집안일은 다해도 설거지는 하지 않았다. 그릇은 항상 민성이가 자고 있을 때만 씻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일단 민성이의 낮잠이 확 줄었다. 그때는 최소 하루 두 번, 어쩔 땐 세 번씩도 낮잠을 잤다. 지금은 딱 한 번이다. 길어야 두 시간, 어떨 땐 한 시간만 자기도 한다. 어제(10일)도 그랬다.
민성이는 보통 12시 전후로 낮잠을 한 번 자는데, 나는 그 한 시간 동안 밥을 먹고, 씻고, 설거지까지 해야 한다. 핸드폰도 좀 보고 싶다. 불행히도 한 시간은 그 모든 걸 다할 수 있을 만큼 긴 시간이 아니다.
그러니 이번 주부턴 민성이와 있을 때 설거지를 해야 했다. 아이 아침을 먹이고 나서 그릇을 씻지 않으면 점심을 먹일 수가 없다. 아이가 보채도 별 수 없다.
하지만 민성이는 얌전했다. 예상외였다. 책을 들고 내 발밑까지 왔지만, 아빠가 이것만 하고 읽어줄게, 하니 차분히 기다렸다. 아이가 벌써 이만큼 자랐다. 내 다리 옆에 붙어 얌전히 놀고 있는 아이가 참 사랑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