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27일째, 민성이 D+476
어제(12일)는 아버지 생신이었다. 코로나에 외식은 어려우니 (소)고기를 사다 집에서 구워 먹기로 했다. 오후 3시, 딸기 케이크를 하나 사들고 부모님 집으로 향했다.
나는 육식파다. 물고기보단 뭍고기가 좋다. 회사를 다닐 땐 고기의 수요와 공급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뤘다. 동료들과도, 취재원들과도 고기 구워 먹을 일이 많았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고기 공급이 확 줄었다. 민성이를 데리고 외식을 하더라도, 고깃집은 가기 어렵다. 고기를 굽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아이가 계속 연기를 쐬야 하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지난 달인가, 민성이를 잠시 부모님 집에 맡기고 아내와 둘이서만 점심 먹을 일이 있었다. 우리는 여기저기 둘러보다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내가 언제 마지막으로 점심에 삼겹살을 구웠더라. 진짜 맛있었다.
민성이까지 다섯 식구가 식탁에 둘러앉았다. 딸기 케이크에 초를 꽂고 다 함께 아버지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물론 선방엔 15개월 '귀요미'가 있었다. 그의 눈은 케이크 정상에 위치한 딸기에 고정돼 있었다.
민성이가 잘게 자른 한우를 즐기고 있는 사이, 나도 속도를 높였다. 한 손엔 고기쌈을, 다른 한 손엔 술잔을 쥐고 있었다. 술과 고기, 휴직 전엔 정말 물리게 먹었는데, 지금은 가족 생일 때 먹을까 말까다.
요즘 내가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해선지, 입에 고기를 욱여넣고 있는 나를 보며 부모님은 연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요지는 힘들어도 지금 이때가 그리울 거라는 것. 맞는 말이다. 나도 안다.
다음 주, 그러니까 내일부터 가정 보육 3주 차에 돌입한다. 고기도 먹었겠다, 언젠가 그리워질 지금을 위해 일주일 또 힘을 내보자. 그러고 보니 고기를 먹긴 민성이도 마찬가진데, 괜찮으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