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28일째, 민성이 D+477
어제(13일), 민성이는 새벽 5시가 안돼 일어났다. 너무 이르다. 아무리 떼를 써도 6시 전엔 놀아주지 않는다. 우리 집의 절대 법칙이다. 민성이는 계속 엄마를 조르다 자는 둥 마는 둥 잠깐 눈을 붙이고 칼같이 일어났다.
전날 밤, 아내와 난 영화를 보고 잘까 하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날 부모님 집에서 술을 한잔 해 피곤하기도 했다(아빠는 육식파). 그게 신의 한 수였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일찍 일어난 아이 덕에 하루 종일 골골댈 뻔했다.
오전 내 날이 흐렸다. 가끔 빗방울이 떨어졌다. 날이 좋으면 오래간만에 셋이서 집 앞 놀이터라도 나갔다 올까 했는데, 결국 어제도 집돌이 신세였다. 코로나에 추위에, 여러모로 햇빛 볼 일 없는 요즘이다.
주말엔 아내가 민성이를 거의 전담해서 본다. 아내도 그걸 원하고, 나도 그게 편하다. 민성이도 평일엔 계속 아빠랑만 붙어있어야 하니, 아이 역시 그걸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내가 노느냐면 불행히도 그렇진 않다. 아내는 아이를 보고, 나는 집안일을 한다. 특히 주방일을 한다. 설거지를 하고, 민성이 반찬을 만들고, 쓰레기를 비운다.
아내가 민성이를 묶어(?) 두고 있을 때, 집안일을 최대한 많이 해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안일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집은 더욱 엉망이 되고, 아이와 둘이 있는 평일에 그 난리통을 바라보며 나는 더욱 불행해진다.
오후엔 비가 그쳤지만, 바람이 매서웠다. 하긴 12월 중순이니, 칼바람이 불 때도 됐다. 민성이에게 아내가 주문한, 그의 복숭아뼈만 보일랑 말랑 하는 신상 롱코트를 입히고, 부모님 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가정 보육 3주 차가 시작됐다. 나도 이제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 생활에 익숙해질 때도 됐다. 주말에 아내 덕에, 부모님 덕에 한숨 돌렸으니, 일주일 동안 또 달려보자. 가자, 가정 보육 3주 차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