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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Dec 16. 2020

낮잠, 미션 임파서블

휴직 230일째, 민성이 D+479

'할머니! 저 여기 올라왔어요. 잘했죠?' / 2020.12.15. 부모님 집


요즘 민성이가 새벽에 종종 깬다. 새벽 3시쯤, 우는 소리가 들려 - 대성통곡보다는 짜증에 가깝다 - 민성이 방에 가보면 아이가 우두커니 앉아 울고 있다.


그럴 때 보통은 민성이 옆으로만 가도 아이가 안심을 한다. 등을 토닥이고 토끼 인형을 찾아 품에 안겨주면 다시 엎드려 잠든다. 그러면 나는 다시 안방으로 와서 눕거나, 너무 피곤할 땐 그대로 아들 옆에서 잔다.


하지만 요 며칠은 민성이가 자다 깨다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아이를 달래 재워놓고 나도 잠깐 눈을 붙일라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민성이가 또 잠에서 깨고 또 달래고 이런 식인데, 몇 번을 그러다 보면 금세 아침 6시다.


어제(15일)는 심지어 낮에도 그랬다. 민성이를 재워놓고 점심 국을 데우고 있는데, 아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잠든 지 1시간도 안 됐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못해도 1시간은 자야 한다.


다행히 그는 비몽사몽이었다. 아이를 안고 등을 토닥이며 방을 몇 바퀴 돌았다. 그러다 살며시 내려놓고 인형을 안겨줬더니 다시 잠든다. 행복하다.


전자레인지에서 국을 꺼내 한술 뜨려는데 아이가 다시 운다. 방문을 여니 흡사 데자뷔다. 이 장면 분명 몇 분 전에 봤는데. 그렇게 식탁과 아이 방 오가기를 네다섯 차례, 나중엔 아예 아이 옆에 자리를 잡았다.


자고 있는 민성이를 지켜본다. 잘 자던 아이가 갑자기 몸을 조금 떨더니 두리번거린다. "아빠 여기 있어, 괜찮아"하고 등을 쓰다듬어주니 안심한 듯, 그는 그 길로 1시간 넘게 푹 잤다.


아이의 낮잠 시간은 육아휴직 중인 내 삶의 질과 비례한다. 민성이가 오래간만에 낮잠을 길게 자준 덕에, 나도 여유 있게 점심을 먹었다.


잠에서 깬 민성이는 이부자리에 누워 싱글벙글 댔다. 어찌나 귀엽던지. 이 모습을 아내가 봤다면 실신 감이다. 푹 자고 났더니 본인도 좋았나 보다.


아이는 늘 해맑다. 난 그러지 못하지만, 최소한 아이의 해맑음은 지켜주자. 이불 위에서 뒹굴며 까르르 거리는 아이 얼굴을 쓰다듬으며 나는 또 한번 다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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