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31일째, 민성이 D+480
이번 주, 내가 민성이에게 제일 많이 한 말은 이거였다. "엄마 회사 갔어." '엄마'부터 '음마'까지, 그는 엄마를 입에 달고 살았다. 좋아도 엄마, 졸려도 엄마, 배고파도 엄마였다.
지난주엔 툭하면 아빠를 찾았는데(보이는 건 다 아빠), 주말에 또다시 엄마랑 진하게(?) 놀아서인지, 아빠는 온데간데없고, 엄마 소리만 입에 붙었다. 자기 마음이다.
어제, 엄마는 회사에 가지 않았다. 코로나가 다시 심해진 이후, 그녀는 매주 하루 꼬박꼬박 휴가를 쓰고 있다. 회사에서도 권했고, 가정보육 중인 나도 원했기 때문이다.
엄마가 집에 있는 날은 민성이에겐 축제일이다. 온종일 아이는 엄마를 그림자처럼 쫓아다녔다. 그녀가 잠시 화장실을 가야 해서, 혹은 다른 일을 해야 해서 내가 그를 잠시 안으려 하면 그렇게 발버둥을 쳤다.
책도 꼭 엄마한테만 읽어달라고 했다. 어제 나는 아이에게 책을 한 번도 읽어주지 않았다. 나와 책을 읽다가도, 아내가 눈에 보이기만 하면 내 손에 들린 책을 홱 뺏어서는 엄마에게로 달려갔다.
확실히 나보다 그녀가 아이와 더 잘 논다. 책도 재미있게 읽어주고, 몸으로도 신나게 놀아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나보다 그녀가 아이를 더 예뻐하기 때문이다. 하긴 누가 그녀보다 더 민성이를 사랑할 수 있을까.
약간의 배신감이 들긴 했지만 서운하진 않았다. 어차피 다음날 아내가 회사에 가면 아이는 나한테 오게 돼있다. 아빠가 아무리 '핵노잼'이어도 어쩌겠나, 집에 책 읽어줄 사람이 나밖에 없는 걸.
다만, 엄마만 있으면 아빠는 투명인간처럼 관통해 그녀에게 달려가는 아이가 신기할 뿐이었다. 아내는 민성이 생후 8개월 만에 복직했다. 비교적 이르다. 그럼에도 지금 민성이를 보면 확실히 어렸을 때 애착 형성이 중요한 것 같다.
거침없이 잘 놀던 아이는 낮잠을 자고 일어나더니 한동안 엄마 품에 안겨 서럽게 울었다. 좀처럼 그칠 줄을 몰랐다. 잠도 두 시간이나 푹 잤고, 배고픈 것도, 어디가 아프지도 않은 것 같았는데 이상했다.
민성이 개월 수 때쯤 '재접근기'가 찾아온다던데, 그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린이집에 갈 날은 요원하기만 한데, 나와 둘이 보내야 할 수많은 날에 엄마를 보고 싶다며 아이가 슬퍼하진 않을지 그게 걱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