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34일째, 민성이 D+483
얼마 전 아내가 조그만 의자와 탁자를 샀다. 의자는 내 무릎 높이 정도 된다. 민성이가 자꾸 어른 소파에 오르내리며 (위험하게) 노니 아이 소파를 하나 사주자는 게 그녀 생각이었다.
민성이도 결국은 의자에 앉아 밥을 먹고, 책을 읽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 테니 집에 미리 물건을 들여 아이가 익숙해질 수 있게 하자고도 했다.
15개월짜리가 의자를 의자로 쓸까 싶었다. 역시나 아이는 의자를 본체만체했다. 포장을 뜯던 날 냉큼 달려들어 의자를 앞뒤로 흔들어보더니 의자가 쓰러지지 않자 그다음부턴 관심을 끊었다.
반면 탁자는 인기 만점이었다. 당연히 아이는 밥을 먹거나 책을 읽는, 본연의 용도로 탁자를 사용하지 않았다. 주로 그는 탁자에 올라 블록을 의자 위로 던지면서 놀았다.
그러다 한 번은 민성이가 실수로(?) 탁자 아래, 의자 위로 몸이 미끄러지면서 강제 착석했다. 민성이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토끼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내와 나는 박장대소했다.
그 이후로 민성이는 조금씩 의자에 앉기 시작했다. 어제(19일)는 의자에 앉아 꽤 오랜 시간 간식을 먹었다. 가끔 창 밖을 보면서 멍을 때리기도 하고.
7개월 전, 내가 육아휴직을 막 시작했을 때, 민성이는 겨우 바닥에 앉을까 말까 했다. 아이의 어깨를 잡아주지 않으면 몸이 한쪽으로 스윽 기울 때였다. 그랬던 아이가 이제 스스로 의자에 앉기 시작했다.
엄마 소리는 명확해지고, 머리가 산발이 되어가고, 블록도 제법 잘 가지고 논다. 그리고 의자에 앉는다. 코로나 블루에도 아이는 거침없이 자란다. 그래도 내 시간이 헛되이 흐르고 있진 않는구나, 그를 보며 오늘도 난 안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