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35일째, 민성이 D+484
요즘 가끔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과 통화를 한다. 코로나 때문에 매일 집에만 있는 아빠가 안쓰러웠던 걸까. 효자 민성이는 내 품에 안겨 아파트 월패드의 통화 버튼을 꾹 누르곤 한다.
"무슨 일이신가요?" 아들이 연결해준 내 말동무가 묻는다. "죄송해요. 아이가 잘못 눌러서." 관리사무소에선 이런 전화를 하루에 몇 통이나 받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더욱 죄송스럽다.
그러나 아들은 해맑다. 월패드 너머로 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토끼 눈이 되어 신나게 박수를 친다. 바닥에 민성이를 내려놓자 또 월패드를 누르겠다고 발버둥을 친다. 요즘 자주 마주하는 풍경이다.
민성이는 어제(20일) 부모님 집에 가서도 연신 월패드를 두드렸다. 그러다 아이가 '방범' 버튼을 눌렀고, 월패드에선 계속 빨간 경고등이 깜빡이며 요란한 소리가 집안 가득 울려 퍼졌다.
아내와 내가 방범 기능을 해제하기 위해 열심히 비밀번호를 찾는 동안, 민성이는 역시 신이 났다. 이 모든 혼란이 자신의 공이라는 게 뿌듯했는지, 경고음이 울릴 때마다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이제 우리 집에서 아이가 손대지 못하는 물건은 별로 남아있지 않다. 아이가 더 크고, 영리해지면서 더 과감하고 거침없이 새로운 물건에 손을 댄다. 월패드도 그중 하나다. 예견된 일이었다.
할 줄 아는 게 점점 늘어나는 아이가 예쁘고 기특하면서도, 새로운 물건이 주는 여러 반응 - 예컨대 월패드의 경고음 같은 - 을 즐기며 계속 말썽을 부리겠다고 떼를 쓰는 모습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관리사무소에 걸린 전화는 죄송하다 하고 끊으면 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끝나지 않을 일도 있다. 집 주방엔 여전히 위험한 물건이 있고, 안전한 장소라 해도 위험한 행동이 있다. 옳지 않은 행동도 있다.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할 때, 하면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어떤 때는 알아들었는지 울음을 터트리지만, 어떨 땐 해맑게 웃어버리기도 한다. 육아의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보스는 매일 성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