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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Dec 24. 2020

하고 싶으면서도 할 수 있는 것

휴직 238일째, 민성이 D+487

'하룻밤만 더 자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오신다아!' / 2020.12.23. 부모님 집


이번 주는 아내가 크리스마스 이브인 오늘(24일) 휴가를 냈다. 다음 주 월요일도 휴가를 냈으니 크리스마스를 낀 닷새 연휴다. 올해 아내 회사일이 대부분 마무리돼 그녀의 동료들이 돌아가며 휴가를 쓴다고 했다. 


가정보육 한 달, 이제 많이 지친다. 이번 주도 월요일부터 사흘 연속 민성이 옆에 그림자처럼 붙어있었다. 그래도 하루만 버티면 연휴다. 그 생각으로 어제(23일) 하루를 버텼다.


오후 6시, 아이는 부모님에게 맡겨놓고 퇴근한 아내를 데리러 간다. 차에 오르자마자 민성이 노래를 부르는 그녀를 싣고 다시 부모님 집으로 돌아간다. 후루룩 저녁을 먹고 짐을 챙긴다. 하루의 끝이 보인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는 민성이를 씻기고, 나는 밀린 집안일을 한다. 오후 8시쯤, 각자 할 일을 마치고 부부는 거실에서 다시 마주한다. 연휴를 앞둔 저녁, 술은 한 잔 하고 싶은데 크게 끌리는 음식이 없다. 뭘 먹지.


배도 그렇게 고프지 않고, 배달을 시키기엔 너무 늦었다. 하릴없이 슬리퍼에 외투만 걸치고 집 앞 편의점으로 향한다. 인스턴트 떡볶이와 어묵탕, 과일소주 한 병을 봉지에 담아 집으로 돌아온다. 


떡볶이는 인스턴트로 먹어도 그럭저럭 맛이 난다. 어묵은 너무 비리다. 그래도 달달한 소주를 한 잔 홀짝이니 기분이 조금씩 좋아진다. 내일 속은 좀 부대끼겠지만, 연휴니까.


며칠 전부터 아내와 이번 연휴에 뭘 할지 얘기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답이 안 나온다. 하고 싶은 게 없어서가 아니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할 수 있는 게 없다. 


어제 아내와 술을 마시며, 하고 싶으면서도 할 수 있는 게 있나 찾아봤다. 나는 아내와 놀러 가는 게 좋다. 여행도 좋고, '호캉스'도 좋다. 마사지를 받는 것도 좋아하고, 친구와 술을 마시는 걸 좋아한다. 


하나같이 지금은 할 수 없는 일들이다. 결국 하고 싶으면서도 할 수 있는 건 찾지 못했다. 언젠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보나 마나 이번 연휴는 셋이서 또 '집콕'이다. 우리 귀요미 애교를 보는 걸로 만족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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