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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ul 17. 2020

육아는 티키타카

휴직 78일째, 민성이 D+327

'오, 케이블 신이시여' 요즘 케이블교에 푹 빠진 신도, 강민성 어린이. / 2020.07.16. 우리 집


아내의 지역 근무지, 군산에 내려가기까지 이제 이틀 남았다. 아내의 분투로 다행히 집은 구했지만(아기용품, 뭣이 중헌디) 서울에서 정리할 일들이 남았다. 어제(16일) 나와 아내는 그 일들을 하느라 바빴다.


민성이의 방해와 맞서 싸우며, 조금씩 짐 정리를 시작했다. 이사 날짜에 맞춰 인터넷, 에어컨을 설치하려고 미리 전화도 해뒀다. 동시에 나는 오전에 미용실에, 아내는 오후에 피부과를 다녀왔다.


사실상 서울에서의 마지막 날인 오늘은 둘 다 스케줄이 더 빠듯하다. 아내는 오전에 건강검진과 저녁 약속이 있고, 나는 회사 동기들과 여의도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한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한 사람이 아이를 본다. 축구로 따지면 서로 짧은 패스를 주고받는 '티키타카'와 같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둘 다, 혼자서도 아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처음부터 가능했던 건 아니다. 휴직 전, 내가 부양육자였을 땐 아내가 지금처럼 마음 놓고 집을 비우지 못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전히 나 혼자 민성이를 돌볼 수 있게 된 건 생후 두 달이 지나서가 처음이었다. 


육아는 티키타카를 해도 힘들다. 아빠 엄마 둘 다 혼자서도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는 집도 힘들단 얘기다. 번갈아가면서 한숨 돌려도 좀 살까 말까인데, 우리는 주변에서 가끔 그 일을 혼자서 - 주로 엄마가 - 하는 집을 본다.


그런 집의 배우자 - 주로 남편이 - 는 보통 나는 잘 못하잖아, 라거나 애가 너를 더 좋아하잖아, 라고 한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따지면, 애는 계속 주양육자만 봐야 하고, 주양육자만 고통받아야 한다.


주양육자가 부양육자보다 애를 잘 보는 건, 그러니 애가 그, 혹은 그녀를 더 좋아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 혼자 공을 몰고 골대까지 가야 할까? 패스를 주고받을 사람도 없이 골을 넣을 수 있을까?


부양육자가 육아의 양과 질을 높여야 함은 당연하다. 애도 보고 일도 해 본 아내와 나, 우리 둘의 공통된 의견은 일하는 게 애 보는 것보다 쉽다는 거다. 일하고 온 사람이 애 보는 사람한테 소리치는 건, 그래서 어불성설이다.


주양육자의 노력도 중요하다. 부양육자가 애를 못 보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참고 맡겨야 한다. 그냥 내가 볼게, 라고 하면 같은 편한테서 다시 공을 빼앗아오는 것과 같다. 티키타카는 결국 둘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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