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성이 아빠 May 24. 2020

평일엔 일하고, 주말엔 애를 본다는 것

휴직 24일째, 민성이 D+273

주말 나들이에 매우 신이 난 강민성 어린이. 1년 전에도 그는 이 곳에 왔었다. 그때 민성이는 아내의 뱃속 작은 점에 불과했다. / 2020.05.23. 용산가족공원


육아휴직을 쓰면 누가 요일 개념이 사라진다 했던가. 회사 다닐 때나, 휴직 중일 때나 주말이 기다려지긴 마찬가지였다. 월요일은 착잡하고, 금요일은 설렜다. 신나는 주말이 찾아왔다.


어제(23일)는 아침 7시에 일어났다. 전혀 신나 보이지 않겠지만 평소보다 2시간이나 늦게 일어난 거였다. 휴직 선배님인 아내는 더 재워주려고 했던 것 같은데, 내가 잠들지 못했다. 습관이 무섭다.


토요일 오전, 민성이와 외출을 감행했다. 행선지는 용산가족공원, 1년 전 우리 부부가 일찍이 민성이와 함께 찾았던 곳이다. 그때 민성이는 18주, 아내 뱃속의 작은 점에 불과했다.


아내는 그곳에서 첫 태동을 느꼈다. 이전과는 다른 깊은 '꿀렁임'이 있었다며, 태동을 확신한다고 했다. 그녀는 지금도 민성이의 뒤꿈치를 볼 때마다, 이 발이 그 발이지, 하며 애정 어린 손길로 그를 쓰다듬곤 한다.


기분 좋은 외출이었다.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거리였다. 날씨는 화창했고, 공원은 단정했다. 그곳을 찾은 사람들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얼굴에 그렇게 쓰여있었다. 


처음 태동을 느꼈던 그곳에, 태동을 느끼게 해 준 아이와 함께 왔다. 당사자인 아내는 나보다 감회가 더 깊었을 것이다. 그녀는 뱃속의 아이에게 유모차 타고 또 놀러 오자고 했었다.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다.


외출에서 돌아와서도, 아내는 아이와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원래도 민성이를 좋아했던 그녀지만, 일을 시작하니 애정의 크기가 더 불어난 듯했다. 하루에도 몇 번, 그 모습을 보며 저리도 좋을까 싶었다.


아내는 이달 초 복직했다. 안 그래도 피곤한 회사일, 업무에 적응하느라 분명 더 힘들었을 것이다. 주말엔 좀 쉬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저리도 민성이와 행복하게 놀았다. 민성이도 종일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애가 좋으니까 그렇지, 쉽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평일엔 일하고, 주말엔 애 보는 게 쉬운 게 아니다. 엄마라는 이유 이상의 노력이 있는 것이다. 아내의, 엄마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

매거진의 이전글 아내가 사준 앞치마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