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5일째, 민성이 D+274
민성이는 자다가 서너 번쯤 깬다. 완전히는 아니고, 반쯤 깬다. 그때마다 그는 '울랑 말랑'하게 찡얼거리는데, 다행히 재빠르게 '쪽쪽이'를 입에 물려주면 진압된다. 승패는 쪽쪽이를 물리는 속도에 좌우된다.
그러니 내가 선잠을 잘 수밖에 없다. 어제(24일)도 서너 번쯤 민성이를 다시 재웠을까. 그런데 민성이가 또다시 찡얼거렸다. 느낌이 싸했다. 잠결이지만 알 수 있다. 저건 잠이 완전히 깬 거다.
베개 밑을 뒤적여 스마트폰을 본다. 새벽 4시였다. 너무 이르다. 못 들은 척하고 버티면 운 좋게(?) 민성이가 다시 잠들 때가 있다. 그래, 1시간만 버텨보자. 몸을 살짝 틀어 민성이 상태를 확인했다.
그만 눈이 마주쳐버렸다. 그는 우리 침대 높이의, 제 매트를 둘러싸고 있는 가드를 잡고 서있었다. 찡얼거림이 아니었던 것이다. 민성이는 자신의 언어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좋은 말로 할 때 침대에서 내려오지?'
같은 상황에서, 예전엔 엎드려서 날 올려다보던 아이였다. 기껏해야 손으로 우리 침대를 두드리는 정도였고, 그럼 내가 밑으로 내려가 안아주곤 했다. 민성이는 얼마 안 있어 침대 위로 올라와 나를 흔들어 깨울 것이다.
민성이는 진화하고 있다. 삶의 매 순간, 그가 전과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이번 주말, 영상통화로 손자를 마주한 부모님도, 여자 친구와 집에 놀러 온 동생도, 앉고 서는 민성이의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주말 동안, 우리는 그의 진화를 대비하느라 분주했다. 민성이가 커가는 만큼, 민성이 물건도 커져야 했다. 아내는 아들의 새 의자와 책, 외출복 등을 주문했다. 욕조도 곧 새 것으로 바꾸기로 했다.
민성이는 변화무쌍하게 발전하는데, 익숙하다는 이유로 난 예전 방식 그대로 그를 키우고 있었다. 목욕이 특히 그렇다. 어제까지도 아이는 식탁 위 작은 욕조 2개에서 씻었다. 조리원에서 이모님들께 배운 방법이다.
민성이는 이제 스스로 1번 욕조에서 2번 욕조로 넘어갈 수 있을 정도다. 힘도 점점 세져서, 내가 그를 놓치기라도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앞서 가진 못해도, 아이의 변화에 따라가는 부모는 돼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