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6일째, 민성이 D+275
또다시 한 주가 시작됐다. 주말까지 앞으로 닷새를 민성이와 둘이 버텨야 한다. 이번 주부턴 민성이와의 생활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아이의 변화에 따라가는 부모가 되겠다 하지 않았던가(매 순간, 아이는 진화하고 있다).
일단 수유 텀을 늘렸다. 민성이는 하루 5번, 3시간 간격으로 밥을 먹었었다. 두 번은 이유식과 분유를, 나머지 세 번은 분유만 먹었다. 어제(25일)부터 식사 횟수를 5번에서 4번으로 줄였다. 수유 텀은 4시간이 됐다.
아내는 민성이 개월 수에 하루 5번 식사는 너무 많다고 했다. 시기에 맞지 않게 식사가 잦으면, 아이한테 스트레스가 된다고 했다. 하루 네 끼, 그렇게 민성이는 점점 우리와 비슷해지고 있었다.
대신 하루 두 번 먹였던 이유식을 세 번으로 늘리고, 순전히 아비가 귀찮다는 이유로 잘 안 해줬던 간식은 막수 전에 꼭 챙겨 먹이기로 했다. 간식을 먹일 땐, 미루고 미뤄왔던 '자기주도'식을 시작하기로 했다.
아내는 진즉에 자기주도 이유식을 시작할 때라고 했었다. 하지만 (아기라 하더라도) 워낙 옷에 뭘 묻히고 흘리는 걸 못 보는 내 성격을 아는 그녀는, 강요하진 않았다.
실제로 나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민성이는 분명 음식을 잔뜩 흘릴 테고, 그럼 저 옷을 일단 애벌빨래해서 세탁기에 넣고, 그다음에 또 무얼 하고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아이에게 빨리 독립심을 키워주고, 성인을 대하듯 키우겠다고 누차 공언해왔던 나였다. 하지만 아이의 옷이 더러워지는 게 겁나 스스로 숟가락 뜨게 하는 걸 미뤄왔다. 나 편하자고 그랬다.
바나나를 손가락 크기로 잘라 그릇에 담아서 민성이 앞에 내놨다. 그는 잠시 탐색전을 펼치다 자신의 단풍잎 손으로 바나나를 주워 먹기 시작했다. 물론 반을 흘렸고, 예상대로 옷이 엉망이 됐지만, 내 마음은 편했다.
자기주도 '간식'으로 미약하게 시작했지만, 점차 이유식으로 자기주도 영역을 넓혀가려고 한다. 나와 아내 옆에서 당당히 숟가락을 들고 제 밥을 떠먹는, 민성이의 모습을 감히 꿈꿔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