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40일째, 민성이 D+489
평범한 하루였다. 단지 크리스마스였을 뿐, 우리 부부와 민성이, 그리고 부모님까지 다섯 명이 함께한 여느 휴일이었다. 집에 캐럴도 틀어놓지 않았다면, 어제(25일)가 크리스마스였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코로나스마스'에 민성이를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올해는 아이를 위한 크리스마스 트리도, 선물도 준비하지 않기로 했다. (다행히) 아직 크리스마스도, 산타도 모르는 나이니까.
더욱이 민성이는 몸을 사려야 했다. 그제, 크리스마스 이브날 민성이는 미루고 미뤘던 예방 접종을 했다. 코로나 시국에 열이라도 나면 어쩌나 싶어 미뤄뒀던 접종이었다.
당초 접종일보다 한 달이 늦어졌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코로나가 언제 잠잠해질 지도 기약할 수 없다. 그렇게 오랜만에 찾은 소아과는 텅 비어있었다. 다들 비슷한 생각이었나 보다.
주사를 맞은 아이 허벅지에 조금 열감이 있긴 했지만, 다행히 접종열은 나지 않았다. 천만다행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얌전히 놀아야 한다고 했지만, 당연히 민성이는 말을 듣지 않았다.
온 집안을 휘젓고 다녔던 아이는 점심을 먹고 아내 등에 업히자마자 곯아떨어졌다. 두 시간 푹 자고 나서 다시 기분이 좋아진 민성이를 데리고, 우리는 부모님 집으로 향했다.
근처 카페에서 치즈케이크를 하나 사서 가족들과 나눠 먹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니까, 케이크에 초를 꽂고 예수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민성이가 제일 열심히 손뼉을 쳤다.
1년 뒤면 민성이는 세 살이다. 그때는 아이가 산타 할아버지를 찾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적어도 코로나 확진자가 매일 천 명씩 나오진 않을 테니, 쇼핑몰에 가서 선물도 사고, 외식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내년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군산에서 마지막 겨울을 보내면, 육아휴직도 끝이다. 시간이 많이 남은 것 같아도 어느새 난 그날 일기를 쓰며, 얼마 남지 않은 민성이와의 시간을 아쉬워하고 있을 거다. 오늘도 최선을, 후회하지 않으려면 그게 최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