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42일째, 민성이 D+491
아내와 함께했던 닷새의 황금연휴가 끝나간다. 연휴의 달콤함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기에 너무 푹 빠져있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래도 아내와 둘이 아이를 보니 확실히 편했다. 달콤했다.
여느 연휴 같을 순 없었다. '코로나스마스' 연휴에 우리가 갈 곳은 없었다. 집 아니면 부모님 집이었다. 가끔 장을 보러 인근 대형 마트에 가긴 했지만 우리는 충분히 이 코로나 시국에 걸맞은 모범 시민이었다.
특별하지 않아도 좋았다. 먹는 것도, 씻는 것도 쫓기지 않았다. 마음 한 구석에 항상 짐처럼 남아있던, 밀린 집안일을 해치운 것도 좋았다. 휴직을 하고 나선 내 만족의 역치가 낮아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화요일, 내일(29일)이면 아내가 다시 출근한다. 어린이집의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있고, 나는 종일 민성이 옆에 붙어있다가 그가 잘 때 후다닥 씻고 먹어야 한다. 또다시, 일상이다.
연휴가 막 시작했을 때, 내가 아내에게 말했다. 난 이미 마음속으로 화요일을 준비하고 있다고.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쓸데없이 불행하게 사시네요."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연휴엔 아내가 있었으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민성이가 노는 걸 쳐다볼 때가 많았다. 아이는 부쩍 옹알이가 늘었고, 표정도 다양해졌다. 말귀도 더 밝아져 하는 짓이 영 귀여웠다.
어제(27일)는 씻고 나와서 아내에게 말했다. "민성이가 많이 귀여워졌어." 그런 용비어천가는 주로 아내의 몫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한 걸 보면, 이번 연휴에 나도 모르게 아이의 귀여움에 취했나 보다.
"오빠는 내가 민성이를 볼 때 꼭 귀엽다고 하더라." 아내는 웃으며 말했다. 참으로 날카로운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아, 그래서 그런 거였나.
아이는 늘 똑같았다. 똑같지 않은 건 나였다. 민성이는 원래 예뻤지만, 내 기분에 따라 아이를 예쁘게도, 밉게도 봤다. 연휴에 잘 쉬었으니, 다시 마음을 다잡자. 예쁜 아이를, 더 예쁘게 볼 수 있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