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49일째, 민성이 D+498
새해가 시작된 지 이제 사흘이 지났다. 아직은 2020년이란 숫자가 더 익숙해 글을 쓸 때도 자꾸 오타가 난다. 마우스 커서가 2021년 뒤에 붙어 깜빡거린다. 역시 어색하다.
아내가 새해 목표를 물었다. 이때 세운 목표는 대부분 지켜지지 않지만, 그래도 이때 아니면 목표를 잘 세우지도 않는다. 목표란 무릇 세우기만 하는 것일지언정, 그래도 새해니까 마음속으로 우선순위를 줄지어본다.
아내와 내 제1 소망은 일치한다. 당연히 민성이의 건강이다. 아이의 몸과 마음이 크게 아프지만 않아도 매우 훌륭한 한 해다. 더욱이 나는 올해도 통으로 육아휴직인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을까.
아이의 안녕이 전제된다면, 그다음 목표는 자기 계발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라기보다는 내가 해야만 하는, 더 정확히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육아휴직을 시작하고 8개월이 지났다. 휴직 적응기라 둘러대기엔 차고 넘치는 시간이었다. 민성이가 어린이집에 가면서 내 시간도 생겼다. 코로나 변수가 있다고는 해도, 작정하고 달라붙으면 못할 것도 없다.
휴직을 하기 전부터 계획했던 외국어 공부가 첫 번째 목표다. 학원에 오가는 게 부담이면 집에서 방문 학습을 하거나 인터넷 강의를 들어도 된다. 방법은 늘 있다. 내가 찾지 않을 뿐이다.
집에서든, 아파트 헬스장에서든 운동을 꾸준히 하고, 가능하면 운동량도 늘려보자. 지난해 아내의 회사 지원금으로 잔뜩 사놓은 교양서적도 틈틈이 꺼내 읽자. 책은 내가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꽂혀 있다.
사실 여기까지 잘 이행하는 것만 해도 내겐 충분히 힘겹다. 민성이만 잘 돌봐도 의미 있는 1년이지만, 거기에 조금 더 노력해 나 자신도 돌볼 수 있다면, 얼마나 알찬 1년이 될 것인가.
민성이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땐 아이 의식주를 챙기기만도 버거웠다. 휴직 생활은 몸과 마음 모두 생각보다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내가 자기 계발을 하지 않는다면, 그건 이제 온전히 내 탓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