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성이 아빠 May 30. 2020

휴직 한 달, 얻은 것과 잃은 것

휴직 30일째, 민성이 D+279

그가 항상 웃고 있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엽다는 게 문제다. 노파심에, 저 노란 막대기는 매가 아니다. 그저 본인의 장난감일뿐.  / 2020.05.29. 우리 집


육아휴직에 들어간 지 딱 한 달이다. 하루 하나씩, 브런치 글도 꼬박 서른 개를 채웠다. 오늘이 어제같고, 어제가 그제같았지만, 아이의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꾸준히 짬을 내 기록을 멈추지 않은 내가 기특하다.


휴직 한 달, 무엇이 좋았고 힘들었는지, 무엇이 늘고 줄었는지 정리해보려고 한다. 민성이 말고, 민성이 아빠 중심으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 좋았어요' 같은 뻔한 말은 빼고.


우선 생각이 늘었다. 민성이를 보면서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차분히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와 아내, 민성이의 삶에 대해, 나아가 우리 사회와 세계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아내는 내가 가장 똑똑했을 때가 입사 준비를 할 때라고 했다. 10년 전이다. 이른바 언론고시를 위해 책과 글을 많이 읽고 썼을 때다. 논술 준비 때문이었지만, 그래도 그 때는 유의미한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일을 하는 10년동안 내 생각은 멈추거나 퇴화했다. 그러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만, 내가 일을 핑계로 대충 살았기 때문이다. 이번 달에 읽은 책 6권 중 글쓰기 책 2권은 몇년째 사무실 책장에 꽂혀있던 것이다.


잃은 건 (사회인으로서의) 재미다. 물론 일을 하는동안은 매우 신명났느냐, 그렇진 않다. 힘들 때도 많았다. 그래도 직장 동료, 취재원을 만나 대화하고, 함께 점심을 먹고, 가끔은 웃었다.


이제 9개월, 말 못하는 아이와 단 둘이 하루의 반 이상을 보내는 건 쉽지 않다. 괜히 우울증에 걸리는 게 아니다. 물론 아이의 재롱을, 성장을 보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웃는다. 하지만 시간으로 따지면 몇 분 될까?


이 시기의 아이와 함께하면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고들 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게 눈에 보이진 않는다. 나중에 발현될 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내가 아이를 키울 때 힘이 되어주진 않는다.


예정된 육아휴직 2년, 24개월 중 1달이 끝났다.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있지만 지금이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는 건 확실하다. 그리고 얻고 잃은 것의 총합은 플러스라는 것도, 확실하다. ###

매거진의 이전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