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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an 08. 2021

아내가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1)

휴직 253일째, 민성이 D+502

'가만 보자…. 그런데 내가 뭘 하려고 했더라.' / 2021.1.7. 우리 집


어제(7일) 새벽, 전날 숙취로 침대에서 자는 둥 마는 둥 뒤척이고 있는데, 민성이 방에서 자고 있던 아내가 안방에 들어왔다. 그녀는 창 블라인드를 살짝 들어보더니,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오빠, 밖에 장난 아냐."


아내와 나란히 서서 창 밖을 내려다보았다. 눈보라가 사정없이 몰아치고 있었다. 눈 내리는 풍경이야 매 겨울마다 마주하지만, 이런 눈보라는 많이 겪어보지 못했다. 창틀이 들썩거릴 정도였다.


아침 도로 상황을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듣자 하니 서울에서도 갑자기 내린 폭설에 누군가는 도로에 차를 버리고 갔다던데. 아내는 온몸을 꽁꽁 싸매고 일찌감치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집 밖을 나서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며, 가장의 무게란 결코 가볍지 않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우리 집 가장이 퇴근할 무렵, 그녀가 문자를 보냈다. "오빠, 심장이 너무 답답해. 어지럽고."


민성이를 씻기고 아이 기저귀를 채우고 있는데, 아내가 돌아왔다. 딱 봐도 몸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이런 날씨에 가깝지도 않은 버스 정류장을 찾아 헤맸으니 몸살이 날만도 했다. 


하지만 아내는 생각지도 않은 말을 꺼냈다. 코로나 검사를 받아보겠다고 했다. 열이 계속 오르는 데다, 얼마 전 택시 안에서 기사님이 계속 기침을 했던 게 마음에 걸린다는 거였다. 


건강과 안전에 대해 아내는 좋게 말하면 조심성이, 나쁘게 말하면 우려가 많다. 코로나 검사를 받겠다고 했을 때도 처음엔 들었던 생각은 '굳이?'였다. 하지만 아내의 성격상, 검사를 받아야 이 상황에 마침표가 찍힐 것이다.


매일 마스크를 쓰고 다녔고, 외출도 외식도 하지 않는 아내가 코로나에 걸릴 일이 뭐 있겠느냐 싶다가도, 또 곰곰이 생각해보면 안 걸렸다고 확신할 수도 없다. 어쨌든 매일 출퇴근을 하니까. 모든 건 다 가능성의 문제다.


나는 민성이 옆에 붙어있어야 했고 도로는 꽁꽁 얼어있었다. 열이 38도를 넘어선 아내는 결국 차키를 들고 홀로 군산의료원으로 향했다. 민성이를 재우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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