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54일째, 민성이 D+503
아내는 의료원에 도착하자마자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응급실에서 수액을 맞으며 좀 누워있다가, 이제 출발한다고 했다. 그녀는 저녁 9시 넘어 귀가했다. 눈길을 뚫고, 참 대단한 여성이다.
집에 돌아온 아내 손엔 '자가격리자를 위한 생활수칙 안내문'이 들려있었다. 결과가 나오는 데는 하루에서 길게는 이틀까지도 걸린다고 했다. 그렇게 아내의 자가격리가 시작됐다.
당장 그날 저녁부터 아내는 안방에서, 나는 민성이 방에서 잤다. 다음날도 아내는 안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화장실이 두 개인 집이라 다행이었다.
민성이는 엄마가 방에 있는 걸 알았는지, 나랑 잘 놀다가도 한 번씩 방문 앞으로 갔다. 그리고 문을 한 번, 나를 한 번 번갈아 바라봤다. 그럴 때마다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 아파. 아파서 코 자야 돼. 엄마랑은 이따 놀자."
알아들은 걸까. 그럴 때마다 민성이는 다시 내게 돌아왔다. 그런 아이가 참 예쁘고 기특했다. 참지 못한 건 엄마였다. 오후 들어 그녀는 결국 방문을 열고 민성이를 끌어안았다. 마스크를 얼굴에 단단히 밀착시킨 채로.
우리는 어제(8일) 오전이면 코로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다. 검사 결과는 몇 시간 걸리지 않는다고, 인터넷 여기저기에도 나와있었다. 양성이든 음성이든, 이 상황을 얼른 끝내고 싶었다. 하지만 연락이 없었다.
아내가 의료원에 전화를 거니 결과는 내일 나올 거라는, 짜증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연일 계속되는 코로나 업무에 의료진도 많이 지쳤을 것이다. 이해는 하지만, 서운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아내의 자가격리는 이틀 밤을 넘겼다. 결과를 기다리는 건 힘든 일이었다.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검사를 받은 것뿐이라고, 그러니 우려했던 결과는 나오지 않을 거라고 마음을 다독였지만, 불안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곧 결과가 나온다. 해프닝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또 엄청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다. 생애 첫 자가격리, 아내도, 나도, 민성이도 고생 많았다. 그리고 잘 버텨냈다. 우리는 코로나보다 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