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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an 10. 2021

아빠 끼워 팔기

휴직 255일째, 민성이 D+504

'왜요. 아기 비행기 타는 거 처음 봐요?' / 2021.1.9. 부모님 집


아내가 코로나 검사를 받은 지 사흘째(아내가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1)(2)), 오전 10시가 넘었는데도 의료원에선 문자가 오지 않았다. 우물은 목마른 자가 파는 법. 아내는 의료원에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아내의 이름을 물었고, 그녀가 답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짧지만 긴 침묵이었다. "네? 음성이요?" 아내는 곧바로 마스크를 벗어 바닥에 패대기쳤다. 그리고 민성이를 힘껏 끌어안았다.


감격스러운 모자 상봉 이후 그들은 오전 내 한 몸처럼 붙어있었고, 나는 또다시 투명인간이 되었다. 물 만난 고기 마냥 민성이는 엄마와 신나게 놀다 점심을 먹기 전에 곯아떨어졌다.


자는 시간도 아까웠는지, 민성이는 1시간 만에 일어났다. 경험상, 아이가 낮잠을 2시간은 자야 컨디션이 좋다. 오후에 험로가 예상됐지만, 민성이는 여봐란듯 내 예상을 깼다. 아이를 데리고 오후엔 부모님 집에 갔다.


부모님 집에서 다 함께 민성이의 애교를 보다가 엄마가 해 준 저녁을 먹고, 그녀의 냉장고를 탈탈 털어 돌아왔다. 엄마 집에 갈 땐 늘 빈 손으로 갔다 양손 가득히 반찬을 들고 온다. 날강도 수준이다. 


미래의 날강도를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민성이가 또 '아빠빠빠'를 외쳤다. 엄마를 붙여 '엄마아빠 엄마아빠'라고도 했다가 짧게 '아빠'라고도 했다. "'아빠' 끼워 팔기 성공했네, 남편?"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민성이는 요즘 부쩍 옹알이가 늘었고, 그중엔 아빠도 많이 등장한다. 나의 부단한 노력(이라 쓰고 구걸이라 읽는)의 결과인 것 같아 뿌듯하다. 아빠 휴직을 아이가 이제는 좀 알아주는 건가. 다음엔 또 뭘 끼워 팔아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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