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56일째, 민성이 D+505
16개월 민성이의 잠 친구는 여전히 토끼다(토끼와 민성이). 두 달 전 새 식구가 된 곰 인형이 그 자리를 위협하나 싶었지만, 그래도 명불허전, 토끼는 토끼였다.
민성이에겐 토끼를 끌어안고 잠들기 시작한 때부터 생긴 습관이 하나 있다. 잘 때 항상 토끼 귀를 코에 바짝 대고 냄새를 맡는 거다. 토끼의 손이나 발, 꼬리는 찾지 않는다. 꼭 귀여야 한다.
한 달이나 됐을까. 그에게 습관이 하나 더 생겼다. 토끼 귀를 코에 댈 때마다 '킁킁' 소리를 내는 거다. 꼭 잘 때만 그러는 게 아니라 토끼 귀 냄새를 맡을 때면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감기에 걸렸을 때 콧물을 들이마시는 소리 같기도, 코를 세게 풀 때 내는 소리 같기도 하다. 소리로 목구멍을 긁는다고 할까, 약간 그런 느낌이다. 아이가 내는 소리는 점점 커져, 코나 목이 아프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아이도 평소처럼 인형을 가지고 뒹굴다 우연히 그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걸 발견했고, 그게 신기했던 것 같다. 나도 처음엔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해서, 가볍게 웃어넘겼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아이는 멈추지 않았다. 신기한 건 다른 땐 소리를 내지 않고, 꼭 토끼 귀를 코에 가져다 댈 때만 소리를 낸다는 거다. 흡사 무릎을 망치로 때리면 저절로 튀어 오르는, 자동반사 같달까.
지난주엔 어린이집 선생님도 이 이야기를 했다. 민성이는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잘 때도 토끼 인형을 껴안고 자는데 - 그래서 민성이는 토끼 인형이 두 개다 - 그럴 때마다 아이가 킁킁 소리를 낸다는 거다. 집에서와 같다.
처음엔 조금 그러다 말 줄 알았다. 민성이가 자꾸 아래턱을 내밀었을 때도 많이 걱정했지만(아래턱을 내미는 아이), 아이는 며칠 그러다 말았다. 이번에도 그런 게 아닌가 싶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비슷한 고민들이 많았다. 아이가 재미있어 그러는 거니 관심을 주지 말라는 말부터, 비염이나 틱 장애일 수 있다는 말까지 진단과 해법이 다양했다. 조만간 소아과에 가봐야겠다. 걱정거리가 또 하나 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