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59일째, 민성이 D+508
오랜만에 날씨가 따스했다. 아파트 단지에 쌓여있던 눈도 조금씩 겨울 햇살에 녹아들고 있었다. 민성이를 데리러 가는 길, 어제(13일)는 유모차를 놓고 빈 손으로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딩동.' 벨을 누르고 민성이를 기다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선생님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걸어 나온다. 6시간 만의 재회다. 아이 신발을 신기고, 선생님에게 인사를 한 뒤 어린이집을 나선다.
민성이 손을 잡고 천천히 걷는다. 이젠 아이도 제법 자라, 내가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편히 손을 잡을 수 있다. 아이는 한 걸음을 떼고 신기한 듯 하늘을, 또 한 걸음을 떼고 나무를 가리킨다. 전진은 하세월이지만, 즐겁다.
아이는 천천히 걷다가 갑자기 뛰어가기도, 길 옆에 쌓여있는 눈을 발로 차보기도 한다. 그러다 자기도 힘들었는지, 나를 향해 두 손을 뻗으며 울상을 짓는다. 아이를 품에 안고 아파트 현관에 들어섰다.
엘리베이터 앞엔 내 또래 부부가 유모차를 잡고 서 있었다. 유모차 안을 둘러보지만 아이가 작아 영 보이지 않는다. 민성이가 부부를 향해 손을 흔들자, 분위기가 금방 화기애애해진다.
그쪽에서 먼저 묻는다. "몇 개월이에요?" "16개월 끝나고 17개월 중이에요." "그쪽은요?" "이제 4개월이요." 그리고 애 아빠가 덧붙인다. "아휴. 우리는 언제 저만큼 키우냐."
나도 그랬다. 휴직 초반, 목도 잘 못 가누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산책을 나갈 때면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그렇게 눈에 들어왔다. 우리 애는 언제 저만큼 크냐. 민성이는 유모차에 누워 마냥 주위를 두리번대고 있었다.
어느덧 내가 애를 꽤 키운 아빠가 돼있었다. 내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의젓하게 서있는 민성이를 보며, 그 부부는 혹시라도 내가 부러웠을까. 느낌이 묘했다.
우리는 그러고도 몇 마디 대화를 더 나눴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민성이는 그 부부를 향해 또다시 손을 흔들었다. 아이 16개월, 나도 이제 조금씩 육아 후배들이 눈에 띈다. 후배님들, 힘내세요. 그래도 시간은 간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