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58일째, 민성이 D+507
민성이가 어린이집을 가기 시작하면서, 부모님 집에 가는 날이 부쩍 줄었다(다시 어린이집으로!).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면 낮에 쉴 수 있으니, 아내 퇴근 때까지 혼자 아이를 돌보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님 두 분도 일을 하시기도 해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평일엔 일주일에 하루 정도만 민성이를 데리고 부모님 집에 간다. 이번 주는 어제(12일)였다.
부모님 집에 가는 날엔 보통 아내에게 차를 놓고 가달라고 한다. 어제도 그럴 생각이었는데, 아침부터 내린 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는 아내 차지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또 민성이와 함께 택시에 몸을 실었다.
옹알이가 부쩍 늘어서인지(아빠 끼워 팔기), 아니면 어린이집을 다시 다니기 시작해서인지(?), 요즘 민성이가 참 예쁘다. 그래 봐야 아내가 아이를 귀여워하는 거에 비하면 반의 반도 안될 테지만.
난 특히 민성이와 스킨십을 하는 게 좋다. 뭐랄까. 아이의 피부는 보드랍고 항상 좋은 향기가 난다. 아이 볼에 내 꺼칠한 볼을 비비거나 뽀뽀를 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물론 민성이는 어떨지 모르겠다.
난 신혼부부한테 아이 낳는 걸 적극 권장하는 편은 아닌데 - 아이를 키우는 일은 매우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이지만 감내해야 하는 것들도 만만치 않으므로 - 이 느낌, 아이가 주는 포근함은 권해볼 만하다.
부모님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민성이를 무릎에 앉혀놓고 그의 조그만 손을 열심히 조몰락거렸다. 아이가 지나가는 자동차를 보는데 정신이 팔려있는 틈을 타서. 아이 손이 적어도 1cm는 줄어들지 않았을까.
부모님 집 앞 놀이터에 잠깐 들렀다. 모래 위엔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있었다. 다행히 날은 좀 풀렸다. 아이가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내 손바닥만 한 발자국이 눈밭 위에 고스란히 찍혔다.
벌써 1월도 반이 지났다. 조금씩 2020년이 낯설어진다. 민성이는 날로 귀여워지고, 내가 치근덕대는 날도 많아진다. 남은 육아휴직 1년, 후회하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최선을 다해 아이에게 치근덕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