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50일째, 민성이 D+499
민성이를 어린이집에 다시 보내기 시작했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어린이집 휴원 조치가 이뤄진 지 딱 한 달만이다(어린이집이 문을 닫았다).
민성이는 지난주 수요일부터 어린이집에 갔다. 아직 휴원 조치가 풀린 건 아니다. 어린이집은 여전히 긴급 보육 체제지만, 내가 - 물론 아내와 상의해 - 아이 등원을 결정한 것이다.
그 날은 눈이 많이 내렸고(아이를 태우고 눈길을 달리다), 나는 꼼짝없이 민성이와 고립됐다. 나의 유일한 피난처이자 버팀목이었던 엄마 집에도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절망했다.
넋이 나간 듯 창밖을 바라보는데, 문득 까마득하게 잊고 지냈던 어린이집이 떠올랐다. "아버님, 급히 볼 일 있으시면 민성이 어린이집에 맡기셔도 돼요." 얼마 전 민성이 담임 선생님의 말이 뇌리를 스쳤다.
그래. 이게 긴급 상황이 아니면 뭔가. 나는 마음속으로 유레카를 외치며 민성이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나는 그 날 민성이 어린이집 가방도 챙겨가지 않았다. 그렇게 난 마음이 급했다.
어린이집에는 이미 민성이 빼고 반 친구들 모두가 등원하고 있었다. 한 달 전, 코로나 사태가 재발했을 땐 아이들 대부분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 아이를 등원시킬 수밖에 없는, 가정 보육이 불가한 가정은 아니란 얘기다.
가정 보육 한 달이 넘어가면서 학부모들이 지친 것도 있겠지만, 이 곳 군산에 확진자가 많이 줄어다는 사실도 아이들 등원을 앞당겼다. 아내가 민성이 등원을 허락(?) 한 것도 그래서다.
물론 앞으로 또다시 어떻게 될 진 모르지만, 어쨌든 나는 다시 한 달 전 생활로 돌아왔다. 민성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뒤 청소를 하고, 가벼운 운동을 하고, 여유 있게 점심을 먹는, 내가 그리워 마지않던 생활로.
민성이에게도 한 달은 길었다. 아이는 어린이집 현관에서 내 품에 매달려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다시 낯을 좀 가리고, 떼쓰는 것도 늘었다고 한다. 민성이가 다시 어린이집을 안 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나를 위해서도, 아이를 위해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