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57일째, 민성이 D+506
오랜만에 민성이를 데리고 소아과에 갔다. 그의 애착 인형인 토끼 귀를 코에 가져다 댈 때마다 '킁킁' 소리를 -그것도 꽤 크게 - 내는 아이의 요상한 습관 때문이다(돼지는 꿀꿀, 민성이는 킁킁).
육아를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갈까 말까 고민되면 그냥 일찍 다녀오는 게 마음 편하다는 거다. 별 일 아닌 것 같아도, 병원에 가서 선생님 소견을 듣고 나서 판단하면 된다.
민성이 어린이집이 끝나자마자, 아이를 태우고 병원으로 향했다. 평일 오후의 소아과는 한산했다. 코로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덕분에 곧바로 진료를 볼 수 있었다.
민성이를 품에 안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아이가 한 달 전쯤부터 콧물을 들이마시는 것 같은 '킁킁' 소리를 내는데, 정도가 점점 심해진다. 인형과 붙어있을 때 증상이 두드러진다. 선생님은 차분히 설명을 들어주었다.
아이가 소리를 정확히 어떻게 내는지 선생님에게도 들려주려고 집에서 토끼 인형을 챙겨 나왔다. 의사 선생님에게 아이 증상을 설명한 뒤, 민성이에게 토끼 인형을 안겨주었다. "민성아, 토끼야, 토끼."
하지만 아이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진료실에 몇 초간 정적이 흘렀다. 등줄기에서 땀이 흘렀다. 침묵을 가르며 선생님이 운을 뗐다. 요지는 크게 걱정하진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거다.
토끼털에 붙은 진드기 알레르기 반응으로 보기엔, 최근에 들어서만 부쩍 증상이 나타난 게 이상하다고 했다. 민성이가 토끼 인형을 물고 빨기 시작한 건 이미 몇 달 전부터다.
내가 가장 우려했던 '틱'을 의심하기엔 그 기간이 너무 짧다고 했다. 더욱이 특정 상황에서만 반응을 일으키는 걸 보면 그 가능성은 더욱 줄어든다. 선생님은 괜찮을 것 같다며, 한 달만 더 지켜보자고 했다.
병원에서 돌아와 민성이는 바나나 1개 반을 뚝딱 해치우고, 신나게 놀다, 밤에도 잘 깨지 않고 푹 잤다. 아내의 소망대로, 올해도 민성이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늘 그랬지만, 우리에겐 그게 제일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