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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an 20. 2021

고통의 3분

휴직 265일째, 민성이 D+514

'아이 참. 옷이 왜 이렇게 붙지. 누가 보면 오해하겠네.' / 2021.1.18. 우리 집


민성이는 이가 많이 난 편이다. 16개월, 지금 아이 입 안에선 빈 틈을 찾아보기 어렵다. 민성이 첫 돌 직전, 어린이집에 처음 갔을 때 선생님이 그랬다. "아버님, 민성이는 깍두기도 씹어먹겠어요."


선생님은 민성이 또래 아이들을 많이 봐왔을 테고, 그러니 꽤 믿을만한 평가라 생각한다. 아들이 그렇게도 치아 부자인데, 우리가 과연 그의 재산을 잘 관리하고 있는 걸까. 아내와 나는 늘 자신이 없었다.


며칠 전, 잠자리에서 아내가 오늘은 꼭 배우고 자겠노라며,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아이 양치질시키는 법'. 그녀가 검색어를 입력하자 동영상이 쏟아져 나왔다. 요즘 치과 의사들은 유튜브가 필수인가 보다.


특별한 건 없었다. 칫솔모가 너무 크면 아이가 아파할 수 있다는 것, 같은 맥락에서 아이 칫솔을 쥘 땐 손가락으로 가볍게 들어야 한다는 것 정도가 새로웠다.


아이 양치질이나 어른 양치질이나 중요한 건 '3.3.3'이었다. 하루 세 번, 밥 먹은 지 3분 이내에, 3분 동안 양치질을 해야 한다는 것.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양치질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하지만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아이를 양치질시킬 때 3분이란, 거의 영겁에 가까운 시간이다. 나는 그동안 민성이 이를 몇 분동안이나 닦아줬을까. 제대로 재본 적은 없지만, 아마 1분도 안 됐을 것이다. 


이유야 뻔하다. 그가 양치질하는 걸 죽도록 싫어하기 때문이다. 칫솔에 치약을 묻혀 건네면, 민성이는 그걸 입에 가져가는 것까지는 잘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아이는 이를 닦진 않고, 칫솔을 빠는데만 몰두한다. 


민성이를 내 무릎에 앉혀 제대로(즉, 강제로) 양치를 시킬 때, 비로소 전쟁이 시작된다. 아이가 몸서리치게 양치를 싫어하다 보니, 그걸 강제하는 내가 마치 아동학대 범죄자가 된 기분이 든다.


그걸 하루 세 번, 그것도 3분이나 해야 한다. 아내와 동영상을 본 이후로, 예전보다 더 꼼꼼히 아이 이를 닦아주려 노력하고 있다. 민성이도, 나도 고통스럽지만 아이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 의지할 것은, 시간이 지나면 민성이도 지금보다 더 익숙해지지 않을까 하는 믿음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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