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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Feb 05. 2021

독서 디톡스

휴직 281일째, 민성이 D+530

'내가, 내가 넘길래요!' / 2021.2.4. 부모님 집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책 한 권을 제대로 읽었던 게 지난해 8월이다. 무려 반년 전이다. 휴직을 시작한 지 두 달째였던 그해 5월엔 한 달에만 여섯 권을 읽었다. 그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변명을 하자면, 일단 군산으로 이사를 오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집 정리를 하고, 생활의 규칙을 만들어나가느라 분주했다. 생활 터전을 옮기는 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들었다.


민성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내 시간이 생겼지만 그때도 책을 꺼내 읽지 않았다. 밥하고 청소하는, 살림 스킬이 미숙해 집안일하는데만 하세월이었고, 일을 마치고 나면 뭔가 억울해(?) 쉬기, 놀기 바빴다.


민성이 돌발진도, 코로나로 인한 가정보육도 있었다. 여하튼 이 핑계 저 핑계로 반년을 보내고 나니 이젠 내 육아 라이프에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 살림 속도도 빨라졌고, 핸드폰을 가지고 혼자 노는 것도 지겨워졌다. 


작년 연말, 아내 회사에서 자기계발 서적 비용을 지원해준다길래, 이때다 싶어 내가 읽고 싶었던 책들을 아내의 장바구니에 스윽 끼워 넣었다. 그래서 책장엔 새로운 책들이 잔뜩 쌓여있다. 꺼내 읽기만 하면 된다.


오전 9시, 난 민성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 정리를 시작한다. 핸드폰도 가지고 놀다가, 가벼운 홈트레이닝을 한 뒤 샤워를 한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나면 오후 1시쯤이 된다. 그때부터 슬슬 책을 읽는다.


머리가 굳어서인지, 혹은 내가 나의 지적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책을 사버린 건지, 글자가 종이 위에 둥둥 떠다닐 때가 많다. 매번 잠도 밀려온다. 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다. 마음이 편하다. 


아이를 돌보는 건 매우 가치 있고 숭고한 일이지만, 집에만 있으면 자존감이 낮아질 때가 많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면 몸이 편하긴 한데, 스멀스멀 올라오는, 나 자신이 '잉여롭다(?)'는 감정을 피하기 어렵다.


독서는 그런 생각을 떨칠 수 있게 해 준다.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지금 이 시간을 가치 있게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적어도 작년에 새로 산 책은 다 읽어보자.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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