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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Feb 11. 2021

1년 전, 그리고 지금의 우리

휴직 287일째, 민성이 D+536

'헤헤. 민성이 제기차기 성공했어요!' / 2021.2.10. 어린이집


설 연휴가 시작됐다. 엄밀히 따지면 어제(10일)는 연휴 전이었지만, 서울에 사는 동생이 연차를 내고 하루 일찍 군산에 내려오자 이미 명절이었다.


어린이집도 설이었다. 오후에 아이를 데리러 갔더니, 아이 한 손엔 얇게 썬 가래떡이, 다른 한 손엔 조그만 복주머니가 들려있었다. 원장님한테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받았단다. 미치겠다. 


민성이를 데리고 부모님 집에 갔더니 동생이 와있었다. 그는 삼촌과 데면데면하나 했더니, 잠깐이었다. 그래도 조카라고, 직장생활 2년 차인 동생은 민성이 선물까지 챙겨 왔다. 


삼촌이 사 온 장난감 자동차를 손에 쥐고, 민성이는 신나게 놀았다. 아이의 너털웃음에 우리도 웃었다. 명절엔 아이가 주인공이다. 모두가 민성이만 바라보았다. 흡사 다 같이 '강민성 쇼'를 시청하는 느낌이랄까.


쇼의 주인공은 명절 때마다 진화한다. 그래서 늘 새롭다. 1년 전 설 사진을 뒤적여본다. 민성이는 그때 할머니 손에 들려서 일어서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다리가 맥없이 휘청인다. 지금은 뭐, 그냥 날아다닌다. 


부모님 집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 본 게임은 내일부터니까 - 민성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를 재우고 오랜만에 아내와 영화를 보려고 넷플릭스를 뒤지는데,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메시지가 왔다.


어제 어린이집에서 찍은 민성이 사진이다. 코로나 긴급 보육 체제라 한동안 어린이집 사진을 볼 수 없었는데, 설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사진 속 민성이는 친구들과 제기차기와 딱지치기, 윷놀이를 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압권은 세배 사진이었다. 제법 세배 모양새를 갖춘 친구들과 달리, 민성이는 바닥에 얼굴을 묻고 납작 엎드려 있었다.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난 비슷하다. 살림은 조금 더 잘하게 됐으려나? 하지만 제대로 앉지도 못했던 민성이는 이제 세배 비슷한 것까지 할 수 있게 됐다. 그와 나, 같은 1년을 살았지만, 변화의 차이는 확연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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