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289일째, 민성이 D+538
아이를 돌보는, 수없이 많은 일 중에 어떤 게 가장 어려울까? 민성이가 진저리를 치는 몇 가지가 떠오른다. 밥 먹이기와 재우기, 양치질시키기, 씻기기, 옷 갈아입히기, 기저귀 갈기, 놀아주기 등. 써놓고 보니 참 많다.
아이마다, 부모마다 다를 것이다. 나는 근래 민성이 밥 먹이기가 가장 어렵다. 일단 밥을 잘 안 먹는다. 예전엔 그래도 반 이상은 먹고 태도가 불량해졌는데, 요즘은 몇 술 뜨지도 않았는데 장난을 치거나 투정을 부린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밥을 뱉는 거다. 입에 밥을 넣어줘도 혀로 음식을 밖으로 밀어버린다. 그리고 위아래 입술을 부딪혀 푸르르 떤다. 당연히 음식물이 사방팔방으로 튄다. 반찬을 먹을 때보다 밥을 먹을 때 더 심하다.
밥을 예쁘게 먹는 17개월 아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비슷할 것이다. 민성이만 유독 날 힘들게 하는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예전엔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의 상황이 더욱 낯설고, 힘들다.
민성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는 건 밥 먹을 때뿐만이 아니다. 책을 찢을 때도 있고 물건을 던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때는 하면 안 된다고 타이르면 제법 알아듣는다. 그런데 밥 먹을 땐 전혀 통하지 않는다.
'안돼'라는 말을 분명 모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식탁에선 몇 번을 말해도 듣지 않는다. 그래서 더 울화통이 치민다. 고집을 부리는 게 아닐까? 도대체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걸까. 음식의 양? 질? 아니면 그냥 기분이?
가능하면, 아이가 싫어하는 건 강요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만 하게 해주고 싶다. 그 지점에서 고민이 된다. 아이가 밥을 먹기 싫어하면 먹이지 않는 게 맞을까, 아니면 혼을 내서라도 먹여야 할까.
아이가 밥을 안 먹는다고 부모가 쫓아다니면서 밥을 먹이는 경우가 있다. 지금까지 민성이는 밥을 잘 받아먹어서 그럴 필요가 없기도 했지만, 난 그에 부정적이다. 많은 육아서에서도 권하지 않는다.
아이가 배고프면 밥을 억지로 먹이지 않아도 알아서 잘 먹지 않을까? 이상에 불과할까? 아이가 먹지 않는다고 밥을 안 주면, 키가 계속 저만한 건 아닐까?
육아휴직 10개월 차, 난 민성이를 잘은 몰라도, 그럭저럭, 어렵지 않게는 키우고 있다고 생각했다. 약간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가 잘해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난관에 부딪혔다. 맘마 전쟁이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