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성이 아빠 Feb 15. 2021

어바웃 타임아웃(2)

휴직 291일째, 민성이 D+540

'고민이 있으시다고요? 차 한잔 하시면서 편하게 말씀해보세요.' / 2021.2.12. 집 앞 키즈카페


한 차례의 타임아웃이 끝나고 민성이를 달래 다시 밥상 앞에 앉혔다. 하지만 아이의 잘못된 행동은 고쳐지지 않았다. 처음엔 눈치를 살피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바닥에 밥을 내던지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는 두 번의 타임아웃을 추가로 감행했고, 그제야 민성이는 얌전히 밥을 받아먹었다. 폭풍 같은 식사 시간이 끝나자, 식탁 주변도, 집안 분위기도 모두 난장이었다.


민성이에게도, 우리 부부에게도 첫 타임아웃이었다. 아이에겐 훈육이 필요하고, 훈육을 한다면 체벌이 아닌 영리한 훈육, 그중에서도 (외국에서도 많이 한다는) 타임아웃을 시의적절하게 하겠노라 생각해왔다. 


자신도 있었다. 육아서도 꽤 찾아 읽었고, (육아휴직을 2년이나 과감히 쓸 만큼) 육아에 대한 소신과 철학도 튼튼히 자리 잡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첫 타임아웃을 끝내고 바로 느꼈다. 아 난 애송이구나.


일단 확신이 들지 않았다. 아이가 운다. 정말 서럽게, 몸을 파르르 떨면서 운다. 마음이 불편하다. 내가 지금 아이를 학대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나는 과연 차분하고 담담한가.


아이의 행동에 극적인 변화도 없다. 안다. 한번 타임아웃을 했다고 해서 행동이 곧바로 교정되진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훈육을 여러 차례 반복하려면 확신이 필요한데, 이 정도의 마음으로 계속 밀어붙일 수 있을까?


내 머릿속의 타임아웃은 해피엔딩이었다. 아이가 다소 겁을 먹을 순 있지만, 정해진 시간만큼 타임아웃을 하고 나면 아이의 행동은 말끔히 고쳐지고, 부자는 사랑의 포옹을 한다. 


현실은 냉혹했다. 타임아웃을 향한 내 이상에는 퍼즐 조각이 100개쯤 빠져있었다. 그래도 그 사실을 인지했다는데, 육아는 역시 그리 만만치 않다는 그 놀랍지 않은 사실을 다시금 깨우쳤다는데 의미를 두기로 했다.


타임아웃을 한 그날 저녁, 민성이는 밥을 잘 먹었다. 훈육 때문이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단순히 배가 더 고팠거나, 별로 장난을 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생후 18개월이면 자아가 형성된다던데, 이번 연휴 확실히 민성이 고집이 늘었다는 걸 느꼈다. 아이가 미울 때도, 그래서 화날 때도 많았다. 지난 일에 자책하지도, 앞 일에 겁먹지도 말자. 그리고 노력을 멈추지 말자. 어제보다 한 걸음 더 나아지기 위한 노력, 그거면 된다. ###

매거진의 이전글 어바웃 타임아웃(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