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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Feb 25. 2021

가자, 1세 반으로!

휴직 301일째, 민성이 D+550

'제 목걸이 멋지죠? 어린이집에서 수료식 기념으로 받은 거예요!' / 2021.2.24. 아파트 놀이터


육아에 있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과 안 보내는 건 천지차이다. 난 지난해 8월, 민성이 돌 직전부터 어린이집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게 벌써 반년 전이다.


돌도 안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맞나, 당시엔 확신이 부족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도, 회사 동기들도 부정적이었다. 그래도 난 밀어붙였고, 지금 생각해도 잘한 일이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 6시간의 내 시간이 생겼다. 말끔히 집 정리를 하고, 운동을 하고, 편하게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 매일 민성이한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던 건, 그 덕분이었다. 


민성이를 안고 어린이집을 처음 갔던 날이 기억난다. 아이는 내 무릎에 앉아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선생님도, 반 친구들도 모두 낯설었을 테다. 하지만 그날뿐이었다. 민성이는 금방 적응했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12월 한 달은 어린이집을 보내지 못했다. 작년 한 해, 누군가 내게 가장 힘들었을 때를 묻는다면, 난 주저하지 않고 이때를 꼽을 것이다. 그때 나는 또다시 알게 되었다. 어린이집의 소중함을. 


어제(24일), 민성이는 0세 반을 수료했다. 19년생인 민성이는 작년 8월 이후엔 이미 만 1세였지만, 쭉 0세 반에서 생활했다. 어린이집에선 아이들을 태어난 연도로 끊어 반을 배정한다고 했다.


민성이의 첫 수료식이었다. 아무 탈없이 학기를 마친 아들이 기특하고 대견하다. 코로나 때문에 수료식은 참관하지 못했지만, 하원길 민성이는 초콜릿 목걸이를 목에 건 채, 그의 첫 선생님과 작별의 포옹을 했다. 


민성이는 연휴가 끝나고 다음 주부터 1세 반으로 등원한다. 선생님도 바뀌었다. 우리 어렸을 땐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반이 바뀌는 게 엄청 큰 일이었는데. 민성이가 그걸 느끼기엔 아직 조금 빠르겠지?


어린이집 인터넷 카페에 0세 반 학부모라며, '등업 신청' 글이 눈에 띈다. 민성이도, 나도 후배가 생겼다. 민성아, 1세 반에서도 별 탈없이 건강히 자라주렴. 잘해보자, 올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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