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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Mar 01. 2021

민성이와 호캉스를(2)

휴직 305일째, 민성이 D+554

'아빠, 잘 보고 있죠? 모닝 빵은 바로 이렇게 먹는 거예요!' / 2021.2.28. 서울 신라호텔


아내와 나, 민성이 셋이서 1박 여행을 떠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야 좋아 죽는 호텔이지만, 민성이는 우리 집과 할머니 집 말고는 잠을 자본 적이 없다. 아이가 달라진 환경에서 제대로 밤을 보낼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게다가 우리는 침대 가드도 빌리지 못했다. 진작 품절이었다. 아이가 자다가 침대에서 떨어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우리가 민성이 옆에서 가드 역할을 하면 된다고 아내를 달랬지만, 그녀는 쉽게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결론적으론 내 말이 맞았다. 민성이는 침대 정 가운데에 엎드려 꼼짝도 하지 않고 잘 잤다. 집에서 차를 타고 익산역으로, 다시 기차를 타고 용산역에 내려 택시를 타고 호텔로. 피곤하기는 그도 마찬가지였을 테다.


아내는 아이가 나를 닮아 호텔 체질인 것 같다고 했다. 내가 봐도 그랬다. 장거리 이동에 지쳐 짜증을 한 바가지 낼 법도 한데, 민성이는 잘 먹고, 잘 놀고, 잘 잤다. 비싸고 (그래서) 좋은 것이 잘 맞나 보다. 나처럼. 


민성이는 호텔 조식을 먹을 때도 비교적 얌전했다. 물론 의자 밑엔 그가 먹다 흘린 음식들이 한가득이었지만, 아내와 나는 아이를 챙기면서도 각자 두 그릇 이상은 음식을 챙겨 먹었다. 예상보단 매우 선방한 것이다.


우리는 조식을 먹고 최근 아내가 눈여겨본 아파트를 보러 갔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새 10개월 뒤면 우리 가족도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 진지하게 집을 알아봐야 할 때가 왔다.


마침 우리 숙소에서 멀지 않아, 택시를 타고 금방 다녀올 수 있었다. 대신 호텔 수영장은 가지 못했다. 그곳에 다녀오니 오전 10시 반, 체크아웃이 12시니 시간이 애매했다.


그리고 도저히 아이를 수영장에 데리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보단 아내가 더 그랬다. 이번 여행에서 알게 된 게 하나 있다. 민성이가 계속 엄마에게만 안겨 있으려고 한다는 것. 내가 안으려 하면 그렇게 짜증을 냈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 자동차도, 유모차도 챙겨 오지 않았다. 덕분에 짐은 줄었지만, 아내가 고생이었다. 하지만 놀러 갈 때마다 이럴 순 없다. 아내가 철인도 아닌데. 작은 고민을 안고 우리는 다시 군산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은 순탄했다. 민성이는 기차에 오르자마자 아내 품에서 곯아떨어졌다. 이틀은 순식간이었지만 다녀오길 잘했다. 짧은 일탈도 애 보는 아빠에겐 충분히 기분 전환이 됐다. 자, 다음 여행지는 어디로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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